주부 이모 씨(35)는 주말 동네 정육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두 달 전 행사 때 100g에 1600원도 안 했던 삼겹살 값이 3800원으로 두 배 넘게 뛰어서였다. 한 근(600g)이면 2만2000원이 훌쩍 넘었다. 이 씨는 “국산 돼지보다 최고급 수입 소고기가 더 싸게 느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통했던 삼겹살을 비롯한 축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최근 곡물가격 폭등으로 사료 값과 물류비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식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국산 돼지 삼겹살(100g)의 소비자 가격은 3739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6.5% 올랐다. 돼지 목살(3467원)도 같은 기간 25.1% 뛰었다. 이는 백화점 대형마트 대기업슈퍼마켓 등에서 실제 판매되는 평균값을 비교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이 가격을 토대로 쌈채소와 쌈장, 즉석밥을 곁들인 삼겹살 밥상(2인분·400g) 차림 비용을 조사해보니 1년 전 2만 원에 샀던 재료가 2만7600원으로 38.0% 비싸졌다(사진 참조). 고기에 곁들이는 상추(146%), 깻잎(92%), 국산 깐마늘(25%)도 일제히 올랐다.
삼겹살 가격은 3월만 해도 하향 안정세였지만 지난달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주 국산 돼지(탕박) 1kg 도매가격은 7356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1일(4847원)보다 51.8% 급등했다. ‘삼겹살 데이’인 3월 3일 전후로 이어진 할인 행사가 끝나며 체감가격 상승이 더 가팔라졌다. 5월 첫째 주 삼겹살(100g)을 1700원대에 팔던 A마트는 일주일 만에 3000원대로 가격을 올렸다.
돼지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 때문이다. 농가에서 지난해 4분기(10∼12월) 돼지설사병(PED) 등으로 국내산 자돈(새끼돼지)이 30% 이상 폐사했다. 이 자돈의 출하 시기인 올 4월 하순부터 도축 두수가 감소했다. 다음 달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3월부터 사적 모임과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되고 이달 전국 초중고교 등교로 급식이 정상화되면서 수요가 급등했다. 여기에 사료용 밀과 옥수수 수입 가격은 지난달 t당 각각 329달러, 327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2∼31% 올랐다. 최근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며 사료 가격이 추가로 올라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곡물수입단가지수는 지난해 1분기(1∼3월) 100이 안 됐지만 올 2분기 158.9로 관측됐다.
외식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서울의 한 오겹살 식당은 지난달 초 kg당 1만8000원이던 공급가격이 최근 2만5000원으로 39% 올라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삼겹살 1인분(180g) 가격을 1만8000원으로 올리거나 가격은 그대로 두고 판매량을 150g으로 줄이는 곳도 있다. 정육식당들은 쌈채소 등 상차림 비용을 인상하고 있다. 축산 유통업체 관계자는 “비교적 저렴한 수입 삼겹살 가격도 1년 새 20% 올랐다”며 “글로벌 곡물가와 물류비 상승으로 다음 달까지 10∼20%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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