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발란이 ‘네고왕 꼼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신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발란은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발란 측은 8000억원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이에 걸맞는 투자 유치를 원하고 있다.
‘네고왕’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발란의 이 같은 계획은 설득력이 있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10곳이 넘는 재무적 투자자(FI) 중 상당수가 발란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즈C 투자는 상장 직전의 사실상 마지막 투자 단계로 스타트업 수익 모델을 충분히 인정 받아 수백 억원을 유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발란은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끝낸 뒤 후속으로 ‘기업공개(IPO)’ 에도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네고왕’ 사태가 터지며 이런 계획은 한 순간에 흔들렸다. 발란 고객들이 계속 이탈해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든 데다 기업가치 8000억원이 과연 적절하느냐는 근본적인 논란에도 휘말렸다.
19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 첫째주(5월 2~8일) 발란 애플리케이션(앱)의 주간 순 이용자는 29만 명으로 4월 말보다 20만 명이 줄었다. 절반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발란 앱을 지운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이용자 이탈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본다.
이용자가 이렇게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은 ‘네고왕’ 사태 때문이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지난달 말 유튜브 채널 ‘네고왕’ 방송에 출연해 17%라는 파격적인 할인을 약속했다. 하지만 방송 후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 직전에 제품 가격을 대폭 올려, 사실상 할인 효과는 없고 제품만 팔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객들은 이 같은 발란 측 행태에 강하게 반발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까지 벌이며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했다. 여기에 지난 3월에는 해킹으로 인한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벌어져 고객 신뢰는 더 흔들렸다.
명품 플랫폼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발란은 네이버로부터 두 차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빠르게 외형을 넓혔다.
명품 플랫폼 시장은 지난 2020년만 해도 거래액 기준 순위가 1위 머스트잇(2500억원), 2위 트렌비(1080억원), 3위 캐치패션(560억원), 4위 발란(512억원) 순이었는데 지난해 발란이 거래액을 3150억원으로 끌어올리며 1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발란은 지난해 매출액도 521억원으로 머스트잇(199억원), 트렌비(국내만 217억원)를 추월했다. 하지만 발란의 사업은 아직 초기여서 영업적자가 불가피했고, 그만큼 꾸준한 투자 유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발란은 지난해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광고비로만 190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에 따른 영업적자는 185억원에 달했고 남아 있는 현금성 자산은 212억원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발란이 ‘네고왕’ 사태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그만큼 시리즈 C 투자 유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네고왕 사태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발란의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급격한 이용자수 감소는 거래액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뜻 발란의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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