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피자’는 국내 최초로 1인용 화덕피자를 개발해 2017년 10월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혼자 먹기 어려운 피자를 1인용으로 만들어 판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였지만 가맹점을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8년 6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하는 스타트업 사업 설명회 ‘디데이’의 문을 두드렸다. 독창성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1위를 차지했고 디캠프에서 1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캡스톤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이어졌다. 2019년 3월엔 디캠프가 글로벌 투자자를 모아 마련한 ‘특별 디데이’에서 또 한번 우승하며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에 진출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33)는 “디캠프를 만난 뒤 연매출이 10배인 130억 원으로, 국내외 지점은 150개로 늘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디캠프가 이달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고 22일 밝혔다. 10년 동안 고피자, 삼쩜삼 등 3000곳 이상의 스타트업이 디캠프의 지원과 투자를 받아 28조 원이 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디캠프는 국내 은행 등 19개 금융회사가 8450억 원을 출연해 조성한 국내 1호 민간 창업재단이다. 스타트업을 발굴해 직간접 투자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스타트업이 입주해 꿈을 펼칠 창업지원센터를 제공하며 다방면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디캠프의 대표 프로그램인 디데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스타트업 사업 설명회로 꼽힌다. 디캠프는 디데이를 통해 10년간 144개 스타트업을 발굴해 186억 원의 직접 투자와 5235억 원의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재원의 90%(7513억 원)는 은행권일자리펀드 등에 출자돼 스타트업 2868곳이 간접 투자 형태로 지원받았다.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들도 이를 거쳤다.
디캠프를 거친 스타트업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43)는 “2015년 11월 디데이에서 우승한 뒤 입주 공간과 컨설팅 등을 제공받으며 사업 초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했다. 2020년 출시된 삼쩜삼은 2년여 만에 11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았다. 지금은 유니콘으로 성장한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2014년 4월 디데이에서 우승한 뒤 급성장했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 팀은 10년간 디캠프가 직간접 투자와 후속 투자 등으로 창출한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 등 경제적 가치가 28조181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도 10만 명이 넘는다.
디캠프는 향후 직접 투자를 강화하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박 교수는 “한국 벤처산업 투자액의 연평균 성장률(14%)을 고려하면 향후 10년간 디캠프가 만들어낼 경제적 가치는 68조693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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