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터널 속 자기장으로 달려… 일론 머스크, 올해 주행시험 추진
최고 속도 진동 문제 해결 관건… 상용화 시기 2030∼2040년 목표
웬만한 상업용 여객기보다 빠른 초고속열차 하이퍼루프의 첫 주행 시험이 올해 안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터널굴착회사 ‘보링컴퍼니’를 세운 일론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이퍼루프 실험이 올 하반기(7∼12월) 시작된다”며 “수년 내 운행을 시작한 하이퍼루프를 직접 보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머스크가 음속에 가까운 시속 1200km의 속도로 달리는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처음 공개한 건 2012년. 열차가 지름 3.5m의 긴 터널을 자기장에서 추진력을 얻어 빠르게 달리는 방식이다. 열차 안에는 영구 전류가 통하는 초전도 전자석이 설치되고, 터널의 바닥에는 열차에 장착된 자석과 자기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장이 흐르도록 만든다. 서로 같은 극끼리 밀고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추진력을 생성하는 것이다. 공기의 저항과 마찰 저항을 없애기 위해 터널을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고 열차 차량을 지상에서 살짝 띄운 상태로 운행한다.
이론대로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약 370km 거리의 워싱턴DC에서 뉴욕까지도 비슷한 시간 안에 주파한다. 자동차로 약 5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눈 깜짝할 새에 이동하는 것이다. 신호가 없는 터널을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체증도 없다. 열차 운행에 사용되는 전력은 태양광에서 얻는다. 하이퍼루프가 ‘꿈의 친환경 열차’로 불리는 이유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를 제안하며 ‘기존 교통수단보다 빠르고 안전하며 구축 비용도 고속철도의 약 10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할 지하터널굴착회사 ‘보링컴퍼니’도 2016년 설립했다. 2018년에는 캘리포니아에 1.8km의 연구 목적 터널을 건설했다.
하이퍼루프 개발에는 여러 나라가 뛰어들었다. 미국의 보링컴퍼니 외에도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와 ‘버진 하이퍼루프’, 스위스의 ‘스위스포드’, 네덜란드의 ‘하르트’ 등이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하이퍼루프 상용화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대체적으로 2030∼2040년을 운행 목표 시점으로 잡는다.
본격적인 시험 운행 단계로 들어서면서 투자도 늘고 있다. 보링컴퍼니의 현재 기업가치는 56억7500만 달러(약 7조1670억 원)로 평가된다. 최근 6억7500만 달러(약 8555억 원) 규모의 새로운 자금 조달 소식도 들려온다.
기술적으로 해결할 부분은 남아 있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릴 때 나타나는 진동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여전히 찾고 있다. 차량이 진공에 가까운 상태에서 운행하기 때문에 음속 장벽은 거의 없지만 최고 속도에서 열차가 흔들리지 않도록 시험 운행을 통해 최적의 설계와 운영 방안을 찾는 게 관건이다. 홍수와 같은 기상재해에 대처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하이퍼루프는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백종대 건설연 선임기술위원은 “극복해야할 기술적 난관들은 있으나 충분히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며 “하이퍼루프는 도심 접근이 가능한 KTX의 편리함과 비행기의 빠른 속도를 다 아우를 수 있는 차세대 교통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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