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내다 팔며 증시 침체를 불러일으킨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역대급’ 수준으로 낮은 국내주식 보유비중과 고점에 임박한 환율, 중국의 경기부양 등이 맞물리면서 투자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기, 자동차 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2077조원)대비 외국인 보유(650조)비중은 31.32%로 집계됐다. 1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4월28일(30.9%)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외국인 보유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외국인 순매도 1위 삼성전자(5조1601억원)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50.77%까지 떨어졌다. 지난 18일에는 2017년 5월22일(50.49%)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네이버(53.75%), 카카오(28.51%) 등은 코로나19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중순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달 코스피지수가 2500~2600선을 오르내리는 ‘박스권’에 갇혀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 흐름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간 지수를 억눌렀던 수급, 환율 등이 되레 반전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우선 국내 증시 ‘저평가론’이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고점대비 20% 넘게 하락하면서 선제적 조정을 거쳤다는 주장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대비 코스피는 41.9% 하락해 S&P500(-27.75), 나스닥(-35.2%)보다 조정 폭이 컸다.
지난달 4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내다 판 외국인은 지난 20일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앞서 3600억원(18일), 2500억원(20일)을 순매수하기도 했다.
최근 단기 급등하면서 외국인 수급을 억누른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호재로 평가된다. 달러 강세를 이끈 미국 내 경기회복 가능성과 긴축 움직임이 경기 침체 분위기에 무뎌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내 경기 지표들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지난 4월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대비 0.3% 하락하며 3개월만에 하락 전환했다. 같은달 ISM제조업지수는 55.4포인트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침체를 우려한 연준(연방준비제도)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아닌 ‘베이비스텝’(0.25%포인트)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 강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통화정책 긴축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경기 둔화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일 중국 인민은행의 대출우대금리(LPR) 인하도 한국 증시 투자 매력을 되살리는 요인이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을 인하함으로써 경기부양책에 나섰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중국 증시가 되살아날 경우 동아시아 시장 투자 매력이 올라간다.
외국인 매도 비중이 컸던 종목이 향후 수급 여건 개선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 전기업종이 대표적이다. 장기 매도 이후 최근 매수세를 보인 자동차 업종도 포함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업황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는 상태지만 기술적 반등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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