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권오창-김영오 프로
전국 누비며 스마트공장 지원
진단키트 품귀땐 효율 30% 높여
‘마스크 대란’, ‘검사키트 부족’이란 말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짐을 쌌다. 마스크, 유전자증폭(PCR) 검사키트, 최소잔여형(LDS) 백신주사기, 자가진단키트까지. 2년 반 가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그들은 방역 관련 물품의 제조 현장에 있었다. 전국 각지 중소기업에 파견돼 회사 근처에서 숙식하며 그 회사의 작업복을 입고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길 반복 중이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의 권오창(44), 김영오(55) 프로 얘기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사태 내내 방역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파견돼 생산설비를 컨설팅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업무를 수행했다.
23일 오전 권 프로와 김 프로는 충남 천안시의 젠바디에 가 있었다. 자가진단키트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이들이 투입됐던 방역 관련 업체로는 벌써 5번째 회사다. 두 사람이 소속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연계해 중소기업들의 장비 자동화 및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권 프로와 김 프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2∼3월 마스크 생산업체인 화진산업과 레스텍, 검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그해 5∼6월에는 PCR 진단키트 생산기업 솔젠트의 생산성 증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난해 3월 LDS 백신주사기 업체 풍림파마텍 프로젝트를 완료했을 때는 “이제 방역 관련 기업은 마지막이겠지”란 생각이 들었단다.
그런데 올해 초 오미크론발 5차 대유행으로 자가진단키트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2월 시작된 젠바디 프로젝트는 워낙 긴박하고 규모도 커 평소보다 배 이상 많은 21명이 투입됐다. 권 프로는 “젠바디 직원들은 이미 평일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반납한 채 일하고 있었다”며 “상황 파악을 위해 질문하면 기존 생산량까지 차질을 빚을까 조마조마했을 정도”라고 했다. 젠바디에서는 진단키트 조립라인 2개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삼성 팀은 기존 라인들의 생산성을 30% 끌어올리는 동시에 인근 공장에 신규 라인 2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대기업에서 일했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슈퍼맨은 아니다. 김 프로는 2년 전 솔젠트 지원 당시를 떠올렸다. 검체 시약을 넣는 박스를 빨리 생산하려면 생산된 제품을 위로 쌓아서 한 번에 옮기는 작업용 리프트가 필요했다. 간단한 장비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김 프로는 며칠을 고민하다 광주에 있는 한 후배로부터 해결 방안을 구했다. 전화 통화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대전∼광주를 왕복했다. 김 프로는 “방역 관련 업체는 단 하루라도 빨리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며 “광주에서 부품까지 구해 오후 11시에 숙소에 돌아왔는데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다”고 기억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2015∼2021년 2800여 개의 중소기업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여간 지원한 방역 관련 기업도 23곳에 이른다. 권 프로와 김 프로는 이날 천안으로 오며 각각 2일, 5일 치 속옷을 챙겨 왔다고 했다. 젠바디에서 점검 업무를 마친 이들은 점심을 먹자마자 각각 대전과 충남 공주로 향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프로젝트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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