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갤럭시 전용 칩 2025년 개발… 전문인력 1000여명 투입 TF구성
시스템반도체 설계-생산 재정비… 애플-TSMC와 격차 극복 본격화
삼성전자가 7월 1000여 명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및 스마트폰사업부 합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다. 첫 갤럭시 전용 칩을 2025년 상용화해 미국 애플의 자체 개발 전용 칩 ‘애플 실리콘’을 뛰어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즉 시스템 반도체에선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번 계획은 메모리 반도체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생산기술력에 반도체 설계능력까지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AP 잡아야 디바이스 생태계도 잡는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첫 번째 갤럭시 전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을 위한 ‘드림 플랫폼 원팀(Dream Platform One team) TF’가 최근 공식 출범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내부적으로는 ‘꿈의 칩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할 정도로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출범은 7월로 정해졌지만 막판 조율 가능성은 남아 있다.
TF 리더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과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그간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삼성전자의 범용 AP인 ‘엑시노스’를 개발해 온 인력들과, MX사업부에서 엑시노스의 갤럭시 탑재를 조율해 온 인력들이 대거 투입된다. TF 구성원만 100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기의 두뇌인 AP는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도 핵심 제품이다. 애플은 아이폰, 맥북 등 자사 제품에만 탑재할 목적으로 애플 실리콘을 자체 설계해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범용 칩인 엑시노스를 설계해 갤럭시 시리즈 외에도 구글, 샤오미 등에 공급해 왔다. 이를 통해 중저가 시장으로 저변을 넓혔지만 고사양 제품군에서는 자사의 갤럭시에서조차 확실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엑시노스 탑재율은 2018년 48%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는 28%까지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합작 TF 출범은 미래 칩의 주도권을 잡아야 MX, 나아가 디바이스경험(DX) 생태계도 잡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2023년, 2024년 갤럭시 탑재용 AP를 내놓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2025년 전용 칩’만 목표로 삼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장기 비전을 위해 최고경영진이 과감하게 손해를 감수하고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 생산과 설계 양 날개 모두 재정비
삼성전자는 올해로 이재용 부회장이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을 선포한 지 3주년을 맞았다. 이번 도전으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와 더불어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생산 양 날개 모두 재정비에 나서게 됐다.
현재 반도체 설계 부문은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1%도 안 돼 존재감이 미미하다. AP시장만 놓고 봐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6.6%다. 글로벌 4위라지만 3위 애플(26.0%)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 전용 칩 도전을 계기로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부문 전략을 180도 전환하는 한편 해당 부문에서도 유의미한 투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4021억 달러(약 508조 원)로 메모리 반도체 1538억 달러(약 194조 원)의 2.6배 수준이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다음 달 20조 원 규모의 테일러 2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다. 착공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참석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도 참석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시스템 반도체에서 애플(설계)과 TSMC(생산)와의 격차를 극복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고 있다”며 “2030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2022년 현재 시점에서 중장기적인 투자와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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