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값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빵집이나 분식점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원가 부담이 높아져 가격 인상을 하고 싶지만 자칫 고객들이 급감할 수 있어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24일 서울 성동구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A씨(53)는 “최근 식용유에 밀가루, 밀떡까지 가격이 안 오른 게 없어 메뉴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단 올 2월에도 일부 메뉴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또 다시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은 손님들의 외면을 부를 수 있어 상황을 좀 더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올 상반기는 가격 인상 없이 버티다가 올 하반기에 식자재 가격 추이를 보며 추가로 가격을 올릴 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에서 도넛과 꽈배기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B씨도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B씨는 “꽈배기 3개를 2000원에 판매하는데,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최소 3500원은 받아야 적자를 면한다”며 “언제쯤 가격을 올릴 것인지 저울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과 캐나다 등의 가뭄으로 1년도 안되는 기간에 큰 폭 상승했다.
지난 2월에는 세계 밀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발발로 밀 가격은 더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밀가루 원료인 소맥 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1t당 458.38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1t당 260.88달러)보다 76% 가량 상승했다. 올 초와 비교해도 64.5%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보면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중력다목적용 곰표 밀가루(1㎏)의 지난 20일 기준 평균가격은 1610원으로 1년 전 평균가격(1357원)과 비교해 약 18.6%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 금지를 결정하면서 국제 밀 가격이 추가로 폭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밀가루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플레가 언제 끝날지 몰라 밀가루를 사놨다”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도·소매상들도 가격 상승에 대비해 밀가루를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거래처가 밀가루 판매를 중단했다”, “온라인에서는 밀가루 가격이 두 배”라며 밀가루 수급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밀가루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3일 인천 대한제분 공장과 사조대림 대두유 공장을 방문해 밀가루와 식용유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정 장관의 방문 현장에서는 밀과 밀가루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국제 밀 가격 상승으로 제조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 장관은 “국민 밥상 물가 안정 차원에서 이번 2차 추가 경정 예산에 하반기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밀가루 가격 안정 지원 사업을 처음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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