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의 폭락 사태가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코인)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개별 코인에 대한 위험도를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스테이블코인마저 급락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관련 규제가 본격화되자 투자자 보호에 고삐를 죄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후폭풍으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선 대규모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어 투자자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 정부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안 마련할 것”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긴급점검 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등 소비자와 금융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율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2의 루나·테라’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더불어 새롭게 등장한 가상자산을 적극 규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고, 루나는 디파이 등에 쓰이는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됐지만 동반 폭락하면서 대혼란을 불러왔다.
다만 입법과 제도 마련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 차원에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를 주최한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시장질서 교란 등을 특금법 시행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금융위는 또 코인 상장 및 상장폐지와 관련해 업계 차원의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거래소는 코인 정보가 담긴 백서나 평가보고서 등을 투자자에게 필수로 제공하고 루나 사태와 같은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거래소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거래소들이 이해상충과 제도를 위반했을 때 법적인 제재를 강력히 함으로써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게 해야 한다”며 “하반기 국회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의 위험도를 공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용태 금감원 디지털혁신국장은 “외부기관이 가상자산별 리스크를 분석해 추후 거래소 상장 평가 때나 투자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루나, 테라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온 업체에 대한 현장점검도 나선다.
○ “제2의 테라 나오나” 불안한 스테이블코인 시장
세계적으로 루나, 테라 폭락 사태의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에서 큰 혼란이 생겼다. 스테이블코인의 (달러 대비 가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20%의 수익을 약속한다면 피라미드 사기”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1위인 테더의 시총은 약 732억 달러로 이달 들어 100억 달러 이상 급감했다. 이 같은 자금 유출은 테더가 보유한 지급준비금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테더는 알고리즘 방식인 테라와 달리 미 달러 등 법정화폐를 담보로 ‘1테더=1달러’를 유지하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달 12일 0.95달러까지 하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불안감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총의 8분의 1을 차지하며 시장의 유동성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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