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국내 첫 비건(채식) 전문 파인다이닝(고급 식당) ‘포리스트 키친’을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오픈한다. 국내 고급 레스토랑에서 육류와 유제품을 전혀 쓰지 않은 순수 비건 코스 메뉴가 제공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국내 식품기업이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건 풀무원에 이어 두 번째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첫 비건 인증 레스토랑인 ‘플랜튜드’ 1호점을 개장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와 함께 국내 채식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명 식품기업들이 나란히 전문 레스토랑을 열며 비건 대중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농심의 포리스트 키친은 단품 없이 코스 메뉴만 판매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국내 300여개에 이르는 비건 레스토랑들이 대부분 햄버거, 파스타 등을 제공하는 캐주얼 식당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점심 5만5000원~저녁 7만7000원 대의 코스메뉴로 채워 고급화에 방점을 찍었다. 일부 고급 호텔에서도 주메뉴와 함께 베지테리언 옵션을 마련하고 있지만 코스 메뉴 전체가 비건 식단으로 이루어진 건 포리스트 키친이 유일하다. 코스는 저녁 10개, 점심 7개 요리가 제공되며 이 가운데 3가지 요리에 대체육을 사용했다.
총괄 셰프는 미국 뉴욕 요리학교 CIA 졸업 후 뉴욕 미슐랭 1, 2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김태형 셰프가 맡았다. 김 총괄셰프는 “다른 비건 식당들의 단품 메뉴와 달리 요리 각각에 스토리가 담긴 코스 메뉴를 통해 식자재 간의 조화와 비건 요리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계절 변화에 따라 제철 메뉴를 바꿔가며 비건 요리의 다양한 매력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심이 고급 비건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독자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등 기술력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해부터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하고 비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베지가든 대체육은 HMMA(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 공법으로 고기의 맛과 식감은 물론 육즙까지 구현된 게 특징이다. 농심은 이번주 국내 첫 닭고기 대체육 양산을 시작했고, 포리스트 키친 메뉴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개인이나 소규모로 운영되는 비건 레스토랑은 식재료의 수급과 신메뉴 개발에 한계가 있으나 농심은 원재료부터 요리까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메뉴를 제대로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레스토랑 인테리어와 운영 과정에도 친환경을 고려했다. 대체육과 비건 푸드는 육류 생산 및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대표적인 친환경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스화구 대신 인덕션을 설치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인테리어는 천연자재 사용을 지향했다. 재생지로 만든 마스크봉투와 린넨 냅킨을 사용할 예정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비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풀무원은 식품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비건표준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비건 레스토랑 인증은 1차 원료 및 식자재부터 주방 설비와 조리도구, 식기까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물성 만두 ‘비비고 플랜테이블’을 출시하고 해외 수출을 본격화했다. 오뚜기는 11일 비건 브랜드 ‘헬로베지’ 론칭하고 ‘채소가득 카레·짜장’을 선보였다. 2008년 15만 명 수준이던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말 25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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