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 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대의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이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대폭 높였다. 이는 2008년 7월에 전망됐던 4.8%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금통위를 주재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창용 “당분간 물가 5%대”… 7, 8월 금리인상 시사
韓銀, 기준금리 두달 연속 올려 1.75% 올해 물가 전망 4.5%로 큰폭 상향… 李총재 “내년 초까지 4%대 유지” 4연속 금리인상-빅스텝 가능성 “연말 2.25~2.5% 기대 합리적” 1인 이자부담 10개월새 年82만원↑
“앞으로 수 개월은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가능성이 확정적이다. 특히 국제 곡물가격 오름세가 유지되면 내년 초까지도 4%대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불과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린 뒤 이같이 말했다.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위해 약 15년 만에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하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더 나아가 7, 8월까지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시사했다.
○ “수개월은 물가 상승률 5%대”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다. 당초 2월 전망한 3.1%에서 1.4%포인트나 올려 잡았다. 한은이 4%대 물가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2011년 7월(4.0%) 이후 10년 10개월 만이다. 이 전망치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물가 상승률이 된다.
이 총재는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99달러로 떨어지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정상화된다는 기본 가정하에 이 같은 물가를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예상보다 장기화한다면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총재도 “국제유가가 내려가더라도 곡물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곡물가격은 한번 올라가면 상당히 오래 유지되고 식료품 등 생계물가에 직접 영향을 줘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미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3.3%)은 9년 7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아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 총재는 내년에도 상당 기간 4%대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3월 예측 때 인플레이션율이 상반기에 높고 하반기부터 낮아지는 ‘상고하저’를 예상했지만 지금 추세를 보면 중반기를 넘어 피크(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 “7, 8월 연속 인상 배제하지 않아”
한은은 이 같은 물가에 대응해 향후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예고했다. 시장이 전망하는 연말 기준금리가 2.25∼2.50% 수준으로 올라간 데 대해 이 총재는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남은 4번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최소 2, 3차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또 “7,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특정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앞으로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4, 5월에 이어 7, 8월에도 금리를 올리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셈이 된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우려 등을 고려하면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빅스텝을 언급했던 것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원론적 의미”라고 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새 기준금리가 1.25%포인트나 뛰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6만4000원씩 늘어난다. 10개월 만에 이자 부담이 82만 원 늘어난 셈이다. 이미 최고 연 6%를 돌파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원, 기업 부담은 2조7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위험엔 정부와 함께 정책 공조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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