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입산 돼지고기와 커피, 식용유 등 주요 수입 먹거리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등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집행이 30일 시작되면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해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5%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는 물가 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올 연말까지 수입 돼지고기 무관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생활·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먹거리 ‘수입-생산-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원가부담 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총 3조1000억 원 규모의 민생안정대책을 긴급히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수입 돼지고기와 식용유, 밀가루, 계란가공품 등 식품원료 7종에 적용되는 관세를 일정량에 대해 올 연말까지 0%로 낮추는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현재 수입 돼지고기에 적용되는 22.5~25% 가량의 관세율 대신 0%가 적용되면 원가가 18.4~20%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오름세를 보였던 대두유와 해바라기씨유에도 현 관세율 5% 대신 무관세가 적용된다. 6월 종료 예정이었던 계란가공품에 대한 무관세 적용도 올해 말까지 연장된다.
커피와 코코아 원두를 수입할 때 붙는 수입 부가가치세도 2023년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입 원두에 적용됐던 10%의 부가가치세를 줄여 원가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환율 등을 감안하면 커피 원두의 원가가 9.1%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커피 원두는 브라질 등 주요 원두산지의 이상기후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급등했다.
김치와 된장, 고추장, 단무지 등 발효식품에 매기는 부가세도 내년까지 면제한다. 병과 캔, 알루미늄 파우치 등에 개별포장된 가공품이 대상이다. 4월 김치 물가상승률은 1년 전보다 10.6%, 된장은 16.3%에 이른다. 정부는 부가세를 면제하면 업체들이 소비자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 “공공요금 동결 등 필요”
정부는 또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3분기(7~9월) 내에 적정 수준의 ‘5세대(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그동안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통신 3사 모두가 월 데이터 사용량 기준으로 10~12GB(기가바이트) 이하와 110~150GB 이상의 요금제만 내놓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져왔다. 5G 이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23~27GB 정도다.
올 6월 말로 종료될 예정이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감면 방안은 올 12월 31일까지 6개월 연장된다. 또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준 가격이 6월부터 L당 1750원으로 지금보다 100원 낮아진다. 이에 따라 운송사업자의 유가 부담은 지금보다 L당 50원씩 줄어들 전망이다. 보조금 지급 시한도 7월 말에서 9월 말까지로 연장된다.
조만간 물가상승률이 5%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정부는 이번 민생안정 대책이 가져올 월간 물가상승률 인하 효과가 0.1%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차 추경으로 밀어올린 0.1%포인트의 물가상승률을 그대로 끌어내리는 셈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정책기조 아래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에 대한 동결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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