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경영진, 서초 사옥서 회의… 반도체-세트부문 등 전방위 논의
“최대 라이벌이자 최고의 거래대상…
양측 모두 글로벌시장 확대 노리는 파운드리 분야 손 맞잡을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이후 글로벌 반도체 1, 2위를 다투는 한국과 미국의 기업이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위한 본격적인 기술동맹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30일 서울 서초 사옥에서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 양 사 경영진이 참석해 릴레이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주요 사업부서 사장들이 참석했다.
두 회사는 이날 차세대 메모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PC, 모바일 등 반도체와 세트 부문에 걸쳐 전방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 양국에서 모두 반도체 산업을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민간 기업 차원에서도 반도체와 세트 제품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강조한 ‘기술동맹’이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선두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라이벌이자 협력관계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제치고 2018년 이후 3년 만에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선두인 삼성전자로선 중앙처리장치(CPU) 선두주자인 인텔과 제품 개발 및 호환성 테스트 등의 영역에서 협력이 필수적이기도 하다.
이번 경영 회의로 삼성전자와 인텔 모두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파운드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30년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반도체에서 세계 1위 도약을 밝힌 바 있다. 24일 45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는 파운드리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하면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인텔은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했다.
두 회사 모두 파운드리 시장 개척을 공언한 만큼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겔싱어 CEO가 지난해 1월 실적 발표에서 “특정 기술과 제품의 외부 파운드리 사용은 더 늘릴 것”이라고 밝힌 뒤 인텔이 CPU에 주력하고 나머지 제품을 삼성전자 등에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최대의 라이벌이면서 최고의 거래대상”이라며 “각자 주력 제품에 집중하면서 파운드리 업계 선두인 대만의 TSMC와 경쟁하기 위해 손을 맞잡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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