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韓 경제…생산·소비·투자 26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31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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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꺾이면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중국 주요 도시 봉쇄,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변수로 반도체 등 광공업 생산이 7개월 만에 주춤하면서 전체 산업 생산을 위축시켰고, 이 영향으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지표도 부진했다.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됐고 조만간 62조원 규모의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풀린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0.7% 줄어들면서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산업 생산은 올해 1월(-0.3%), 2월(-0.3%)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가 3월(1.6%)에는 석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바 있다.

광공업 생산은 3.3% 감소하면서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고무·플라스틱(0.8%) 등에서 생산이 늘었지만, 주력 산업인 반도체(-3.5%)와 식료품(-5.4%) 등이 부진했다.

제조업 생산도 3.1% 줄었다. 생산 능력 대비 실적을 뜻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7.0%로 전월보다 1.3%포인트(p) 감소했다. 제조업 출하는 자동차(2.9%), 전기장비(2.4%), 의복 및 모피(6.6%) 등에서 선방했으나, 화학제품(-4.3%), 반도체(-3.6%), 식료품(-5.3%) 등에서 약세를 보였다.

제고업 재고는 석유정제(13.0%), 기계장비(2.6%), 반도체(0.6%) 등에서 늘었고, 전자부품(-7.1%), 자동차(-3.3%), 식료품(-1.8%) 등에서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조치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주춤했다”며 “식료품은 지난달 재택 격리 치료자가 급증하면서 가장 내 식자재 수요가 많이 증가했고,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1.4%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사적모임 및 영업시간 등 영업 제한 해제로 숙박·음식점(11.5%), 협회·수리·개인(8.7%) 등의 생산이 크게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쪼그라들었다. 이 수치가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0.4%)와 의복,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7.7%)는 전월보다 많이 팔렸지만, 의약품, 화장품,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3.4%) 판매는 줄어든 탓이다.

설비투자는 7.5% 감소하며 3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이는 2019년 2월(-7.5%) 이후 3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세부적으로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9.0%), 항공기 등 운송장비(-2.1%) 등에서 투자가 줄었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토목(3.0%), 건축(0.8%) 공사 실적이 모두 늘어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건설 수주는 도로·교량, 토지조성 등 토목(-23.7%), 사무실·점포 등 건축(-2.3%) 등에서 부진하면서 6.6% 감소했다.

어 심의관은 “광공업 생산이 조정을 받으면서 전체 생산이 하락 전환했다”며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도 다소 부진했고, 전체적으로 경기 회복 내지 개선 흐름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p 내리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p 하락하며 10개월 연속 주춤했다.

어 심의관은 “경기 전환점 발생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커졌다”며 “다만 방역 조치 해제와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 상방 요인도 있기 때문에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10개월 연속 하락을 실제 경기 전환점 발생으로 확정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경기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섞여 있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 심의관은 “하방 요인인 글로벌 공급망 차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조치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증대되고 각국 통화 긴축 정책 나타나면서 금융시장도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출이 조금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아직은 괜찮고, 얼마 전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 등 상방 요인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경기 흐름 불확실성은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해 올해 2차 추경을 신속히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날 발표한 먹거리·생계비·주거 등 긴급 민생 대책을 이행하고, 추가 과제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대외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압력 등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도 다음 달 안에 발표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내놓은 ‘4월 산업활동동향 및 평가’ 자료에서 “과감한 규제 혁신, 투자 활성화 지원,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민간·시장 중심의 경제 역동성·활력 회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대내외 리스크 확산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가계부채 관리 강화, 국내외 금융시장 밀착 모니터링 및 공급망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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