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된 ‘월-전세 시대’… 4월 임대차 거래, 월세가 전세 첫 추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일 03시 00분


월세 〉전세, 거래량 첫 역전
25만건 중 월세 50.4-전세 49.6%, 2011년 통계집계 이후 처음 역전
연립-다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져… 전문가들 임대차법 영향 지적
“보증금 감당못해 월세로 돌린 것, 서민에게 바람직한 상황 아냐”

《올해 4월 전국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전세를 넘어섰다는 국토교통부 통계가 나왔다. 임대차법 시행 후 월세가 많아졌다는 민간 통계나 지방자치단체 통계는 있었지만 전국 단위의 정부 통계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 통계에서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앞지른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0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남모 씨(36)는 신혼집으로 서울 송파구 방이동 빌라 전세를 알아보다 월세로 방향을 돌렸다. 전세보다 월세 매물이 더 많았고, 전세를 택할 경우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전세대출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방 2개짜리 초소형 빌라의 경우 전셋값이 4억2000만 원인 반면 월세 가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50만 원 수준”이라며 “전세는 대출을 3억 원 받아야 하는데 금리가 계속 올라 부담”이라고 했다.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가 처음으로 50%를 넘긴 정부 통계가 나왔다.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추월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임대차법 시행 후 급등한 전셋값 부담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이제는 전세가 아닌 월세가 임대차시장을 주도하는 ‘월·전세 시대’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에서 이뤄진 주택 전·월세 거래 총 25만8318건 가운데 월세의 비중은 50.4%(13만295건)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12만8023건(49.6%)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전세를 추월해 50%를 넘긴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국토부는 “전·월세 신고 자료와 확정일자 자료를 합산한 수치로 갱신 계약은 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전·월세 거래량이 국가승인통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간 통계에서도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현 추세라면 ‘월·전세 시대’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매년 1∼4월을 기준으로 2018년 40.8%였던 월세 비중은 2019년(40.8%)과 2020년(40.1%)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020년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 월세 비중은 42.2%로 오른 뒤 올해 48.7%로 급등했다.

이 같은 추세는 연립·다세대 등 비(非)아파트에서 두드러졌다. 비아파트의 경우 2020년 45.3%였던 월세 비중이 2022년 56.3%로 11.0%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34.5%에서 39.9%로 5.4%포인트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비아파트 월세 비중 상승폭이 아파트의 2배에 이르는 셈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은 일반적으로 아파트보다 주거여건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임대차 형태마저 주거안정성이 낮은 월세 비중이 커지는 현상은 서민들에게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월세 비중이 늘어난 것은 임대차법 영향이 크다고 본다. 임대차법 시행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고려해 4년 치 보증금 인상분을 한 번에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며 전셋값이 급등했다. 이를 감당 못 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내는 식으로 계약하며 월세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난 점도 월세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월-전세 시대#현실#임대차법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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