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전 산업의 디지털화에 가속도가 붙으며 변화의 속도가 곧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비대면 경제로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 경쟁시대가 열리며 유통업계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유통 분야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은 전년 대비 3.6% 감소한 반면, 온라인은 18.4% 증가하여 비대면 경제를 체감하게 한다. 특히 이전까지 온라인 구매가 활발하지 않았던 신선식품 등 농축수산물에 대한 온라인 구매가 69.6%로 확대되며 농식품 유통업계의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와 자료를 데이터화하고 연결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수기로 관리되던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가 농가부터 소비자 식탁에 이르기까지 참여자들에게 공유되며 어디로 출하할지, 평균 가격은 얼마인지, 누구에게 구매할지 등 일련의 의사 결정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가치사슬도 재편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야 한다. 첫째, 산지 통합물류체계 구축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스마트화다. 현재 산지에서 다수의 APC로 입고된 농산물이 구매처까지 따로 배송되는 상황이다. 지역별 거점물류센터를 두고 보다 큰 단위의 배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농산물의 입고·선별·출고 등 데이터를 자동화·전산화하는 스마트 APC를 확대해야 한다.
두 번째는 표준 데이터에 기반한 도매 거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농산물 입고·출하 과정에 공동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표준코드를 재정비하고, 도매시장별 출하 예약 상황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는 농산물의 B2B(기업 간 거래) 온라인 거래 활성화를 위한 거래 플랫폼 마련이다. 현재 농협, 도매시장 등 유통 주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 중인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연계하여 농산물 온라인 거래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시장 참여 주체별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과 활용법을 인지할 수 있도록 인력양성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산지, 도매시장, 소비지 등 유통 현장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농업 분야의 정보기술(IT) 전문가를 육성해 디지털 전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온·오프라인을 넘어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빅블러의 시대가 도래했다. 변화의 급물결 가운데 농업 분야도 기민하고 주도적으로 변화 체계를 구축하는 쇄신 정신이 필요하다. 중력이산(衆力移山)의 정신으로 정부와 민간·학계·연구 전 분야가 유기적 협력체계를 이뤄 농산물 유통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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