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빅스텝에 뉴욕증시 휘청일때, 국내 투자자들 반등 가능성에 베팅
테슬라株 1조2853억어치 매입… 레버리지 활용 기술주 등 사들여
전문가 “상승 추세아닌 기술적 반등… 불확실성 클땐 공격적 투자 자제를”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뉴욕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2조3000억 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주일 새 뉴욕 증시가 급반등해 추세적인 상승을 전망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 바닥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31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8억6022만 달러(약 2조3085억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이 지난달 3, 4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밟은 뒤 뉴욕 증시의 급락세가 이어졌지만 ‘서학개미’들은 반등 가능성에 ‘베팅’하며 순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급락세가 가팔랐던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를 많이 사들였다. 지난달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테슬라로 10억3567만 달러(약 1조285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연초 주가가 1200달러에 육박했던 테슬라 주가는 31일(현지 시간) 현재 758.26달러로 36.8% 폭락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선언과 성추행 의혹 등으로 한 달여 만에 주가가 1000달러대에서 700달러대로 급락했지만 서학개미들은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과감한 기술주 베팅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순매수 2위 종목은 나스닥100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4억2808만 달러)였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 SHS ETF’(6864만 달러)와 미국 기술주 10개 종목의 주가를 3배로 쫓는 ‘BMO 마이크로섹터 FANG+ 인덱스 3X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3513만 달러)도 각각 순매수 4위와 6위를 차지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24일 11,264.45까지 밀리며 사상 최고점이던 지난해 11월 19일(16,057.44)에 비해 29.8% 주저앉았다. 최근 사흘간 상승세를 이어가며 12,000 선을 회복했지만 시장에서는 단기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글로벌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설립자이자 월가의 베테랑 기술주 분석가로 꼽히는 댄 나일스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마칠 때까지 시장 바닥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이 높아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등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번에 나타나는 반등은 새로운 상승 추세이기보다는 기술적 반등”이라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클 때는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자산을 현금화하고 투자 종목을 압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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