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숨 가쁜 5월을 지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하반기에도 경영 보폭을 더욱 확대할 조짐이다.
정부 주도의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내던 이 부회장이 삼성이 주최하는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며 삼성 총수로서 존재감을 과시한 만큼 위기 돌파를 위해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도 참석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미디어·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일명 ‘억만장자 클럽’으로 알려진 선밸리 콘퍼런스는 매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모임이다. 미국 투자사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행사로 초청장을 받지 않은 인물은 참석할 수 없다. 구글, 애플,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와 빅테크 거물 300명이 참석한다.
지난해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등이 참석했다.
해당 모임은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협력 등이 논의되는 자리로 이 부회장이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이 행사에 꾸준히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 인사로서 처음 초청장을 받은 뒤 2016년까지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 중이던 2017년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언급할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행사다. 이 부회장은 2017년부터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올해 콘퍼런스에 참석하면 6년 만에 다시 찾게 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법원의 가석방 결정으로 출소해 해외 출장시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방미 일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답방 기간과 겹칠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르면 7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제 사절단으로서 미국에 동행하면 부담을 최소화하고 선밸리 콘퍼런스와 미국 테일러 공장 착공식에도 참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의 방미가 성사되면 주요 IT회사 최고 경영진과 회동을 갖고 최근 기술 동향과 대형 M&A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6조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하만을 인수한 후 대규모 M&A를 사실상 멈춘 상태다. 굵직한 M&A 추진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하면 이 부회장과 미국 주요 IT기업 경영진과의 회동을 통해서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5월부터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평택캠퍼스를 소개하는 등 정부 주도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다가 최근에는 삼성 호암식에도 참석한 것으로 비춰 볼 때 활발한 경영 행보를 펼치는 큰 배경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이 부회장이 해외 사업장이나 주요 경영 현장을 찾으며 삼성 총수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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