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자율주행 선박 ‘프리즘 커리지’호는 지난달 1일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의 항구인 프리포트에서 출발했다.
18만 m³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인 프리즘 커리지호는 초반 일주일가량은 낮에는 자율운항을 하고, 밤에는 사람이 조종하는 식으로 운행했다. 파나마 운하를 거쳐 태평양으로 나온 후에는 본격적으로 24시간 자율운항 체제에 들어갔다.
운항 중·후반부인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16일간 선원의 수동제어 없이 풀타임으로 자율운항을 했다. 프리즘 커리지호는 총 33일간 2만 km의 운항을 마치고 이달 2일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운항 거리 약 2만 km 중 절반인 1만 km를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자율운항으로 항해한 것이다.
HD현대(현대중공업그룹 지주회사)의 자율운항 전문자회사 아비커스는 자율주행 선박 프리즘 커리지호가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아비커스는 SK해운과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 테스트를 진행했다.
선박도 자율주행 차량처럼 자율운항 레벨(단계)이 있다. 부분적인 자율운항을 하는 레벨1과 선원이 승선하지만 원격 제어가 가능한 레벨2가 있다. 그 다음으로 선원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레벨3과 완전 무인 자율운항 수준의 레벨4가 있다.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레벨2의 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2.0’을 선박에 탑재했다. 하이나스 2.0은 통합스마트십솔루션을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와 항해속도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날씨와 파고 등의 주변 환경과 선박 상태, 위치 등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 명령까지 제어하면서 운항을 하는 방식이다. 아비커스 측은 “이번 운항으로 연료소비 효율을 약 7%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은 약 5% 저감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운항 중 다른 선박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해 충돌 위험을 100여 차례 회피했다”고 설명했다.
자율운항 선박 시장은 조선업계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미래 먹거리다. 승무원 인력 운영 부담 및 운항 과실에 따른 해양사고 위험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 혁신과 선사들의 선박 운영 효율성도 크게 증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 시장규모가 2357억 달러(약 2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2018년 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가 승객 80명을 태운 자율운항 여객선 운항에 성공했다. 일본 미쓰이 OSK 라인(MOL)은 올해 1월 194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노르웨이 ‘야라 버클랜드’호도 4월 자율운항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소형 선박으로 단거리 자율운항에 성공한 사례들이다. 대형급 LNG 선박으로 장거리 운항을 한 것은 HD현대뿐이다.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올해 안에 LNG선 자율운항으로 대양 횡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뒤 5개월 만에 약속을 지켰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최적 경로를 안내하는 자율운항 1단계 기술을 넘어 실제로 선박을 움직이는 2단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