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인플레 끝나면 장기 저성장 올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3일 03시 00분


2022년 한은 국제콘퍼런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일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뒤 한국, 태국, 중국 등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부 신흥국에서 저물가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년 한은(BOK) 국제콘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됐을 때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 흐름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사용했던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이 총재는 “향후 개별 신흥국이 구조적 저성장 위험에 직면해 홀로 확장적 정책을 이어간다면 환율, 자본 흐름, 인플레이션 기대에 미치는 함의가 사뭇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위기 때처럼 대규모 글로벌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성장 대응을 위한 신흥국의 확장적 정책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국의 저물가·저성장 국면에 대비한 효과적인 비전통적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이 ‘물가 안정’이라는 기본 역할에만 집중하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팬데믹 충격과 회복이 계층, 부문별로 불균등했기 때문에 양극화 현상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앙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콘퍼런스 기조연설에 나선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 감소와 견고한 정책체제 등을 감안할 때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창용#인플레이션#장기 저성장#2022년 한은 국제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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