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딩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엘리스’의 김재원 대표(36)가 2015년 창업할 때 가졌던 질문이다. 당시 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 중 조교로 일했던 그는 기초 프로그래밍 강의를 수강하는 학부생들의 코딩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다가 이 질문을 갖게 됐다. 학생들이 답안으로 적어낸 코드가 적합한지를 컴퓨터 실행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답안을 종이에 프린팅한 뒤 조교들이 예상해 점수를 매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피드백이 오가기 힘들어 교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가 찾은 해답은 코딩 웹사이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플랫폼에 답안을 제출하고, 조교들은 플랫폼에 접속해 코드를 실행하며 채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같은 연구실에 있던 대학원생 2명과 함께 두 달 만에 초기 버전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 미 하버드대 인턴 하면서 창업 동력 얻어
애초 김 대표의 목표는 창업이 아니었다. 캐나다 워털루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캐나다 통신회사 텔러스(TELUS) 등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직무로 근무하던 직장인이었다. 그런 그가 2012년 KAIST 대학원에 진학한 건 그 무렵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 대표는 “학교에 있다 보니 ‘학교에 필요한 툴을 개발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프로그래밍 플랫폼이라는 툴을 만들어 데이터가 쌓이면 학습에 도움이 되는 알고리즘을 연구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엘리스를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원 재학 중이던 2014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구인턴을 했던 경험은 엘리스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하버드대의 기초 프로그래밍 과정에 현재의 엘리스와 비슷한 솔루션이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개발자 수요가 커지는 한국에도 그런 솔루션이 있으면 많이 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각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학교에서 수시로 인터뷰하는 등 인턴십 프로그램이 풍부한 워털루대를 다닌 것도 창업에 심리적 장벽을 줄여줬다.
코딩 웹사이트 플랫폼으로 각종 창업대회에 나가 1등을 했는데 대회 상금을 법인 계좌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어 회사를 차리게 됐다. 하지만 기업 운영은 전혀 다른 얘기였다. 그는 “왜 우리 스타트업의 솔루션을 써야 하는지 기업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3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 “코딩을 쉽고 재밌게 교육하겠다”
정작 김 대표는 학창 시절 코딩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캐나다 학교에서 필수과정으로 코딩을 배웠는데,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 보니 늘 어렵게만 느껴졌다. “당시 선생님도 잘 몰라서 학생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던 것 같다. 엘리스는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밌게 코딩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기존 소프트웨어 교육 회사들의 한계점을 눈여겨봤다. 교육자와 수강생의 컴퓨터상 환경 설정이 다르면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웹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한 엘리스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사용자가 웹에 로그인만 하면 바로 코딩 학습과 실습을 할 수 있다. 코드를 입력한 뒤 의문이 생긴 부분을 현직 프로그래머에게 질문할 수 있고 AI 자동채점 기능도 있다.
현재 국내 재계 20위권 기업 18곳과 100여 곳의 교육기관, 정부 등에서 엘리스를 통해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코딩 교육자가 부족한 현실에서 실습 중심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며 “소프트웨어 기술을 토대로 농업과 의료 등 사회 문제들을 풀고 혁신을 이루는 게 궁극의 꿈”이라고 말했다. #사명 엘리스(Elice)의 의미: “앨리스(Alice)는 KAIST 지도교수님의 이름이자 한국의 ‘철수’ ‘영희’처럼 미국에서 많이 쓰이는 친근한 이름. 가상(electronic)에서 교육(education)이 이뤄지는 특성을 반영해 ‘A’를 ‘E’로 바꿨다.”
#지난해 KAIST에 3억 원을 기부한 이유: 창업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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