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韓 도시경쟁력 결정할 땅… ‘직-주-학-희’ 글로벌 복합도시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3일 03시 00분


[도시 경쟁력이 미래 경쟁력]〈상〉 용산개발 마스터플랜 세우자

개발 시계 빨라진 용산 일대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개발 시계 빨라진 용산 일대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글로벌 컨설팅사인 AT커니가 전 세계 60개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글로벌도시지수에서 서울은 가장 최근인 2020년 기준 17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15년 11위와 비교하면 6계단 하락해 상위 30개국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최근 K영화나 K팝 등으로 서울의 문화·입지·경제적 잠재력이 입증됐지만 도시경쟁력은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용산은 서울에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미개발 핵심 부지로 경쟁력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국내 도시 개발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땅이다. 용산 개발에 적극적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6·1지방선거에서 4선에 성공하며 개발 시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전문가 자문위원단 20명을 구성해 미래 한국 도시의 밑그림을 그려봤다.
○ 사통팔달이지만 철도·미개발 부지로 단절
용산의 가장 큰 강점은 입지다. 용산공원과 남산, 한강 등 녹지와 수변 공간을 갖추고 있고, 용산역 정비창과 미군기지 반환 부지 등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개발 가능한 대규모 토지를 품고 있다. 입지로도 강남과 여의도,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구의 중심에 있다.

문제는 용산이 경부선 등 철도와 미개발 부지로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도 곳곳이 단절됐다는 점이다. 용산 개발이 정체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산의 입지 강점을 살리려면 단절된 땅을 이어야 한다”고 했다.

강변북로 등으로 단절돼 있는 한강으로의 접근성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강 등 수변공간은 미래 모빌리티 수단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가 도로, 철도 등 지상교통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여의도가 서울의 금융 중심이라지만 섬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다”고 했다. 한강을 통해 여의도와 용산을 연결하면 새로운 글로벌 중심의 가능성을 실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 글로벌 ‘직·주·학·희’ 일치 도시로
전문가들은 용산이 ‘직(직장)·주(주거)·학(학교)·희(놀이)’ 일치 도시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기업 본사에서 일하는 다국적 인재들이 아예 정착해서 살 수 있을 정도의 공간으로 재창조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용산이 미국 뉴욕의 새 중심지인 허드슨야드에 버금가는 국제업무지구가 돼야 한다”고 했다.

허드슨야드 프로젝트는 뉴욕 맨해튼 허드슨 강변 철도역과 공터 11만3000m²에 250억 달러를 투자해 공원, 학교까지 갖춘 ‘도시 안의 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몰리고 있다. 용산도 아이가 다닐 학교와 저녁 여가생활 장소까지 갖춘 ‘24시간 살아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업무 후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기존 도심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은 이미 외국 대사관과 외국인 학교 등이 있고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이태원, 경리단길 등도 갖추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행정 기능까지 더해져 향후 국제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 ‘규제 제로’의 도시 실험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용산을 ‘규제 제로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에 맞춰 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도시를 만들지 큰 그림을 그린 뒤 그에 맞춰 제도나 규제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한 지역은 한 가지 용도로만 개발할 수 있는 현 용도지역제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뉴욕의 허드슨야드나 배터리파크시티는 모두 ‘특별도시설계구역’으로 지정돼 기존 규제에 얽매이지 않았고,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는 용도지역을 지정하지 않는 ‘백지용도지구’(화이트 조닝) 방식으로 개발됐다”고 했다. 박정은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센터연구장은 “최근 도시 개발은 기존 선계획 후개발 대신에 게릴라성의 소규모 도시 개발을 우선 해본 뒤 상설 공간을 늘리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 민관 협력 중장기 계획 세워 ‘동북아 중심’으로
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마스터플랜 수립의 필요성도 강조된다. 용산역 정비창과 용산공원 부지, 철도 등 이질적 공간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리브고슈 역세권 재생을 이끈 민관합작회사 ‘세마파’의 경우 파리시를 비롯해 중앙정부, 파리철도청, 민간기업 등의 지분 투자로 만들어졌다. 관계기관들이 모여 부지 확보, 토지 소유자들과의 합의 등에 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용산 개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점으로 ‘난개발’을 꼽았다. 용산은 서로 성격이 다른 지역과 이해 관계자가 얽혀 있는 땅이다. 20∼3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기간에 개발을 끝낼 수 없는 땅인 만큼 용산은 물론이고 서울역과 여의도까지 아우르는 마스터플랜을 만들자는 것이다. 손종구 신영 대표는 “마스터플랜이 없으면 주택 공급에 치우칠 수 있다”며 “동북아 허브에 걸맞은 개발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용산#글로벌 복합도시#도시경쟁력#용산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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