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취임 반년 만에 조직 쇄신에 나섰다. 반도체연구소를 비롯해 30여명의 임원을 물갈이했다. 삼성전자는 매달 소폭의 인사이동이 있지만 이번 달에는 평소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동의 핵심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다. 반도체연구소장을 교체하는 동시에 ‘차세대연구실’이란 미래 먹거리 조직을 만들었다.
450조원 투자 계획 발표 후 조직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미래 삼성을 책임질 반도체 기술 개발에 힘을 쏟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급)을 교체하는 등 연구소 중심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연구소는 메모리, 시스템반도체의 차세대 기술을 한발 앞서 연구하며 사업부의 미래 먹거리를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조직이다.
30여명이 교체되거나 인사 이동했다. 송재혁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반도체연구소장을 맡았고, 남석우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부사장이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을 담당하기로 했다. 또 조직 내에 차세대연구실을 신설하고, 일부 집중된 조직도 나눠 독립성을 부여했다.
경 사장 취임 반년에 이뤄진 인사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기 위한 조치다. 지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후를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는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위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는 경쟁사 추격이 거세고, 시스템반도체는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점유율 52.1%)와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8.3%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달성이 쉽지 않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도 대규모 투자 질문에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앞만 보고 가겠다”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오는 7일에는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ASML사의 EUV(극자외선노광장비)장비 공급 협의를 위해 네덜란드로 출장을 떠난다.
경 사장의 이번 인사에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묻어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경 사장이 대표로 온 지 6개월이 지나면서 부족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조직에 긴장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연구소 인사를 통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삼성은 450조원 투자를 통해 메모리 초격차 유지, 파운드리 1위 등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선언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글로벌 오픈소스 솔루션 기업인 레드햇(Red Hat)과 차세대 메모리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을, 미국의 스토리지 전문 기업인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과 차세대 스토리지 분야 등에서 협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주도해 초격차를 유지하고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연구소 조직을 강화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며 “그동안 소홀했던 미래 반도체 개발을 통해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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