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4%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6월과 7월에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내놓은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지난해 5월보다 5.4% 올랐다. 이는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들어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4%를 넘어선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5%대에 진입했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비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물가 급등세를 이끌었다. 석유류와 가공식품이 포함되는 공업제품의 물가 기여도는 2.86%포인트였다. 전체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공업제품이 끌어올린 것이다. 경유가 1년 전보다 45.8% 오르며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등유(60.8%), 휘발유(27%),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6%) 등도 크게 올랐다.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7.4% 올랐다. 1998년 3월(7.6%) 이후 24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갈비탕(12.2%), 치킨(10.9%), 생선회(10.7%), 자장면(10.4%)등이 10% 넘게 올랐다. 재료비 등이 오른 영향이 컸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의 물가 기여도는 1.57%포인트였다. 4월에 전기요금이 인상된 데다 가스요금도 4, 5월 잇따라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는 9.6% 올랐다.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육류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 이후 13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밥상 물가’ 대표 격인 농축수산물은 4.2% 올랐다. 특히 축산물(12.1%) 상승세가 가팔랐다. 수입 쇠고기(27.9%), 돼지고기(20.7%), 닭고기(16.1%) 등이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이데 따라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13여년 만에 가장 높은 4.1%를 나타내면서 최근 물가 상승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 근원물가는 날씨 요인이 큰 농산물,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출렁이는 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매기는 지표다.
한국은행은 6, 7월에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 및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주요 산유국의 증산규모 확대 등으로 향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세계식량가격은 전쟁 여파, 주요 생산국 수출제한 등으로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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