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14년만에 최고]
6.7% 급등… 물가상승세 주도
축산물-가공식품값 계속 뛰어
주부 “집밥도 부담스러운 상황”
주부 최모 씨(55)는 최근 들어 자녀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묻지 않는다. 장을 보다 보면 가격을 보고 늘 식단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감자전을 만들기 위해 감자를 카트에 담았다가 너무 비싸 계산 전에 다시 꺼냈다. 최 씨는 “고기는 고기대로, 채소는 채소대로 비싸져서 비용만 생각하면 ‘집밥’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게 낫다”고 말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7% 급등했다. 이는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한 달 전보다 오름 폭이 1%포인트 더 커졌다. 생활물가지수는 라면, 돼지고기, 세탁세제, 생리대 등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다. 전체 소비자물가가 5.4% 올랐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오름세는 그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특히 축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이 뛰면서 생활물가를 끌어올렸다.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꼽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지는 데다 주요 곡물 생산국의 수출 제한마저 겹친 영향이 컸다. 사료용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축산물은 1년 전보다 12.1% 올랐다. 수입 쇠고기(27.9%), 돼지고기(20.7%), 닭고기(16.1%) 등의 오름세가 컸다. 재료비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국수(33.2%), 식용유(22.7%), 라면(9.8%) 등 가공식품도 오름 폭이 확대됐다.
앞서 지난달 말 정부는 생활물가를 잡기 위해 식용유, 돼지고기 등 수입 식품 원료 7가지에 대해 할당관세(0%)를 적용하는 대책을 내놨다. 연말까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원가 인하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배추, 무 등 총 3만4000t을 비축하고 채소 가격 안정제, 출하 조절 시설 물량을 통해 수급을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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