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경기 아파트 5채 중 1채는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 확충 사업과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를 원정 매입하는 외지인도 여전히 많은 가운데 서울 용산구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투자 수요가 커지며 외지인 매입 비중이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경기·인천 향한 서울 사람들
5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4월 경기에서 팔린 아파트 2만2675건 가운데 서울 거주자의 매입량은 4178건(18.4%)으로 집계됐다. 이 비중은 매년 1~4월을 기준으로 2020년 13.7%, 지난해 17.9% 등 높아지는 추세다.
경기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 비중은 2008년(19.6%)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에는 일명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 아파트 값이 급등하며 서울 거주자의 경기 아파트 매입 비중이 치솟았었다.
올해 서울 거주자가 경기 아파트에 주목한 것은 GTX 등 교통망 확충 사업뿐 아니라 대선 공약으로 떠오른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집값이 높아지자 경기 아파트를 사들인 실수요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경기 분당신도시가 있는 성남 분당구에서 올해 1~4월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중은 19.4%로 2010년(23.3%) 이후 최고치였다. 올해 팔린 분당 아파트 5채 중 1채는 서울 사람이 매수했다는 의미다.
인천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서울 사람은 올해 1∼4월 거래된 인천의 아파트 4766채 가운데 631채(13.2%)를 매입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1~4월 기준 서울 거주자의 인천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07년(11.7%)을 제외하고 매년 10%를 밑돌았지만 지난해부터 송도 바이오단지 건설과 GTX 건설 등에 힘입어 늘어나는 추세다.
●대통령실 이전에 용산구 향한 외지인 역대 최대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 매수세도 여전했다. 올해 1∼4월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원정 매입 비중은 22.1%로 지난해 같은 기간(20.6%)보다 커졌다. 2020년(23.9%)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대통령실 이전으로 개발 기대감이 커진 용산구의 경우 올해 1∼4월 외지인 매입 비중이 33.0%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서울 아파트 거래량 자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6461건으로 지난해 동기(2만2627건) 대비 70% 넘게 감소했다. 아직 5월 계약된 매물의 신고 기한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거래 절벽’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신 6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매수 비중은 크게 늘었다. 지난달 매매 거래된 서울 아파트 1230건 중 500건(40.7%)의 계약 금액이 6억 원 이하였다. 작년 5월에는 31.9%였던 수치가 1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 힘든 신혼부부가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로 눈을 돌리거나, 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추가로 예정된데다 대출 규제도 여전한 만큼 수도권에서도 개발 사업이 뚜렷한 지역을 제외하면 당분간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실수요자 거래만 간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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