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해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거는 것은 국내 금융사만의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사들도 미래 금융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결합한 금융 혁신에 페달을 밟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올해 2월 세계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에 가상 영업점 ‘오닉스 라운지’를 열었다. 디센트럴랜드는 이용자들이 가상 토지를 사들인 뒤 상점을 운영하거나 콘서트 등을 열어 가상자산을 벌 수 있도록 한 부동산 메타버스다.
현재 오닉스 라운지는 Z세대 등을 공략하기 위해 회사 홍보나 금융 교육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곳에서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전자지갑’을 제공하고 가상자산 관련 대출까지 해준다는 게 JP모건체이스의 계획이다. 가상자산,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 자산 시장이 급성장하자 메타버스 기반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Z세대를 겨냥해 ‘초개인화 서비스’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올 초 미국의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웰스프런트를 인수했다. 맞춤형 자산관리 플랫폼을 원하는 젊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은행인 웰스파고는 부채 관리에 특화된 초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고객의 대출 데이터를 분석해 조기 상환, 만기 연장, 대환 대출 등 대출 부담을 줄여줄 맞춤형 방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또 매달 개인의 금융 활동과 연계해 신용등급 개선 방안도 알려준다. 네덜란드 은행인 ABN암로는 고객들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구독 서비스를 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해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 소상공인 등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선 15곳 이상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소기업, 스타트업, 프리랜서 등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예컨대 인터넷은행 리리는 지난해 말 프리랜서 고객 25만 명을 끌어모았다. 프리랜서들이 불안정한 자금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200달러 이내의 단기 대출을 내놓은 데다 수입 일정 부분을 세금용으로 따로 모아주는 서비스를 시행한 덕분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이처럼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유연한 규제 환경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는 금융업 규제가 칸막이 식으로 막혀 있어 새로운 서비스 진출이 어렵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금융업 인가를 따로 받지 않아도 제휴나 협업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혁신 기업의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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