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S 공포’…“세계성장률 2년간 제로 가까이 떨어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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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의 글로벌 ‘S 공포’…성장률 4.1%→2.9%”
세계銀, 올 세계성장률 대폭 하향… “각국 악재에 10년간 저성장 우려”
OECD도 성장률 전망 4.5%→3.0%… 물가 전망은 4.4%→8.8% 2배로
한국 1분기 성장률도 0.7%→0.6%

2022.6.1 © News1
2022.6.1 © News1
세계은행이 7일(현지 시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4.1%에서 2.9%로 크게(1.2%포인트) 낮추면서 1970년대에 겪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50년 만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을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4.5%(지난해 12월)에서 3.0%로 1.5%포인트 낮춰 하락 폭이 세계은행보다 컸다. 특히 OECD는 회원국들의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예상했던 4.4%의 2배인 8.8%로 대폭 올렸다.

세계은행과 OECD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 각국의 통화긴축 정책, 중국의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복합적인 악재로 지목했다.

세계은행이 제시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5.7%)의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3.7%에서 2.5%로 낮췄고, 중국도 5.1%에서 4.3%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내년과 2024년에도 세계 경제가 각각 3.0%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적 투자 약화 등으로 향후 10년간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 회원국들의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지난해 연간 상승률(3.7%)의 2배가 넘는다. OECD는 올해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4%에서 7%로, 중국은 1.7%에서 2.0%로, 일본은 0.8%에서 1.9%로 올렸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7일 기자회견에서 “평균 이상의 인플레이션과 평균 이하의 성장세가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며 많은 나라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최악의 경우 앞으로 2년간 경제성장률이 “제로(0)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2021∼2024년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2.7%포인트 둔화할 것이라며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6∼1979년 경기 둔화 속도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무역 장벽을 없애고 제품 생산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7%로 내렸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4.8%로 올렸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는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4월 발표된 성장률 속보치(0.7%)보다 낮아졌다.

‘50년만의 글로벌 S’ 경고음
전쟁-감염병 따른 공급망 불안에물가 상승-성장률 약화-통화 긴축

1970년대 ‘경기침체속 고물가’ 닮아

세계銀 “올 성장률 작년의 반토막”…OECD “물가상승률 작년의 두배”

1980년대 수준 부채위기 올수도
“최악의 결과가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2년간 제로에 가깝게(close to zero) 떨어질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경제가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에 빠졌다고 경고한 보고서를 낸 7일(현지 시간)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전했다.

올해 세계 성장률(2.9%)이 지난해(5.7%)의 반 토막에 그칠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경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교란 여파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은 이런 경기 둔화가 8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은행은 향후 세계 경제의 성장 전망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긴축 정책이 신흥국에 충격을 주고 유럽이 러시아 제재로 에너지 수입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중국이 다시 대규모 봉쇄에 나서면 올해 세계 성장률이 2.1%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에서 1.5%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50년 전 오일쇼크 때와 닮았다”


세계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 세계 경제가 3가지 측면에서 1970년대와 닮았다고 분석했다. △장기간의 부양책 이후 공급 측면의 문제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성장률 전망치가 약화됐으며 △물가 억제를 위한 통화 긴축으로 신흥국이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급격한 물가 오름세가 나타났다. 이에 미국 등 주요국이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정책을 폈고 세계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겪었다.

현재도 공급 부문에서 예기치 못한 충격이 왔다는 점이 비슷하다. 미국 등 주요국이 강도 높은 통화긴축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같다.

보고서는 “1970년대에 주요 선진국들이 스태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신흥시장과 개도국에 일련의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통화긴축 여파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 “일부 국가 1980년대식 부채 위기 내몰릴 것”


주요국들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2월 3.7%에서 2.5%로, 중국은 5.1%에서 4.4%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은 기존(3.4%)의 반 토막 수준인 1.7%로 낮췄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일제히 올렸다. 미국 상승률을 4.4%에서 7%로, 중국은 1.7%에서 2%로, 일본은 0.8%에서 1.9%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7%에서 7%나 올렸다.

월가는 10일 발표될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8.2%로 예상하고 있다. 3월(8.5%), 4월(8.3%)에 이어 3개월 연속 8%대 고물가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도 8.1%로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에 나서면서 신흥국과 각국 저소득층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올해 개발도상국의 1인당 소득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해 5%포인트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곡물 및 비료 생산 차질로 전 세계의 식품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어 코로나19 이전보다 최소 7500만 명 이상이 극도의 빈곤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국장은 “일부 국가가 1980년대에 경험한 부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이는 실재하는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성장율#세계성장률#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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