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 현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향후에도 환율 상승 압력이 상당한 만큼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상호 작용하며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2022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통화신용정책 운영에 있어 주의깊게 살펴볼 주요 고려사항으로는 Δ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조치 등 대외 불확실성 증대 Δ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 Δ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상승압력 심화 Δ금융불균형 상황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과 관련해선 “향후 우리나라 수출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봉쇄조치 등의 영향으로 그간의 높았던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전망”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상당했던 만큼 향후 수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에 대해선 국고채 금리와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고 주가가 상당폭 조정됐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은은 “미 연준의 예상을 상회하는 급격한 금리인상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신흥국의 경우 아직 대규모 자본유출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향후 세계경제의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위험회피심리가 크게 확대될 경우 자본유출 압력이 증대될 가능성도 잠재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앞으로도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속도와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기대 변화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이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주의깊게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국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추가로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향후 환율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원화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이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도는 등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상방압력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최근 물가 오름세 확대와 관련해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등으로 환율 상승 압력도 상당한 만큼 향후 에너지 가격-환율이 상호 작용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달러·원 환율 또는 명목실효환율 1% 변동시 물가상승률 변동을 뜻하는 환율의 물가전가율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한은은 환율의 물가전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져 2020년 제로(0)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높아져 2022년 1분기 현재 0.06 정도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환율의 물가전가율 추정 결과를 이용하여 산출한 환율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올해 1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의 약 9% 정도(0.34%p)인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금융불균형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매매가격 오름세가 크게 둔화하다가, 최근 들어 신(新)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가격상승 기대가 반등하고 2월 이후 보합세를 지속하던 주택매매가격도 소폭 오름세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가계대출 역시 4월 들어 증가 전환했다. 한은은 “향후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주택관련대출이 견조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 영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증가규모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짚었다.
또한 “이처럼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는 전반적으로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은 데다 최근 들어서는 주택가격이 소폭 오름세로 전환하고 가계대출도 다시 증가하고 있어 금융불균형 위험을 기조적으로 줄어나갈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밖에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해서도 평가해 내놨다.
한은은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이미 물가상승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향후 그 압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수준, 원재료 가격 오름세 지속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기업의 가격인상 유인이 상존하면서 물가상승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서 “큰 폭의 명목임금 오름세, 기업의 판매가격 인상폭 확대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최근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이미 물가상승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확대 가능성도 높다”며 “인플레이션 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기대인플레이션 안정화를 위한 정책대응의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최근 방역조치 완화 이후 소비가 회복되며 나타나는 특징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한은은 온·오프라인 소비 비중이 코로나19 이전 추세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신용카드 자료를 이용한 월별 국내총생산(GDP) 민간소비를 추정한 결과 재화와 서비스 소비 모두 1분기의 부진에서 벗어나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비스 소비는 5월 중 코로나19 이후 2년 반 만에 2019년 말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향후 민간소비는 고용 및 임금이 견조하게 증가하고 자영업 업황도 개선되면서 최근의 소비 정상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