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9일 “현재로선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총재보는 이날 발표된 ‘2022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현재 생각으로는 (기준금리 인상폭을) 25bp(0.25%p)씩 하는 게 아직은 적절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재보는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는데 혹시라도 필요하다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얼마든지 기대 조정을 할 수 있으며, 앞으로 필요하다면 시장 변동을 크게 하지 않으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얼마든지 기대를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부총재보는 “물가가 오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경기 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비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기 둔화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준금리 0.25%p 인상 필요성에 대해 부연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 연말 기준금리 수준으로 2.25~2.50%를 예상하는 시장 기대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것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박 부총재보는 “지난번 총재님이 말씀하셨지만 시장에서 보는 기준금리의 연말 수준, 지금 형성돼 있는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가 저희가 볼 때는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박 부총재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시나리오상에서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확률은 낮다”며 “현재로선 국내 경기는 잠재성장률을 수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과의 일문일답.
-한은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박 부총재보)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은 잘 알고 있다. 저희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상황에서 기본 시나리오(각본)상에서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은 확률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기본 시나리오로 얘기한 것은 여전히 잠재 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할 것으로 현재로선 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해 저희들이 좀 더 신경을 써가면서 경기 상황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게 정책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보겠다. 그러나 현재로선 국내 경기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수출보다 민간소비가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크게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도 있나.
▶(박 부총재보) 민간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2분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크게 완화되면서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많이 늘고 있다.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좀 더 견조하게 늘어날 수 있다. 소비 회복세 강화를 상방 리스크로 보고 있다. 하방 리스크는 중국 봉쇄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있으며 국제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공급 차질 등이 국내 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세계 수요가 둔화하면서 수출도 둔화할 것으로 보지만, 민간소비는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 기대 인플레이션이 3.7%로 올랐다.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보다 높다.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이 궁금하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느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적정한가.
▶(박 부총재보) 전문가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게 나오고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지고 있다. 저희가 물가 전망과 관련해 지난번 수정 전망 발표할 때 대폭 상향 조정했는데, 상·하방으로 놓고 보면 상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씀드렸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고 펜트업 소비로 수요 회복이 이어지고 있어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지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서 한은도 많이 우려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 목표인 기관이기 때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서 매우 유의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향후 물가에 대한 영향은 여전히 상방 리스크가 높다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며, 이에 따라서 계속 분석하면서 대응할 계획이다. 기대 인플레이션 통제를 어느 수준까지 할지에 대해서 숫자를 언급하긴 어렵다. 비용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때 기대 인플레이션이 관리되고 중·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는 독일의 사례도 말씀드렸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물가 목표(2%)보다 상당폭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선 저희들이 매우 우려하고 있고, 통화정책도 경제성장률에 있어선 잠재성장률보다는 높게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에 좀 더 비중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상황이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과 국내 자본 유출 위험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 부총재보) 여러 가지 의견이 있기 때문에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긴 어렵다. 다만 연준 전망으로는 아직은 침체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저희들이 알고 있다고만 말씀드린다. 자본 유출 위험성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래도 경기 상황이 상대적으로 괜찮고, 물론 하향 조정을 했지만, 여전히 회복세를 이어 나가는 상황이며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에서도 괜찮다. 앞으로 수출이 둔화하겠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소비 회복세도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내외 금리차가 있을 수 있지만 대외 건전성이나 펀더멘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 유출이 급격하게, 크게 일어날 가능성을 보고 있진 않다. 그렇더라도 성장 면에서의 하방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연결되어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잘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할 생각이다.
▶(홍 국장) 미국이 빅스텝을 밟게 되고,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본 유출, 특히 주식·채권 자금이 유출 압력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자본 유출이 대규모로 일어나면서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의 규모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국제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이 정도까지 가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추가로 말씀드릴 수 있다.
-통화정책에 있어서 환율도 중요하게 고려할 생각인가.
▶(박 부총재보) 물론 통화정책을 할 때 환율을 주요한 고려 요인 중 하나로 본다. 그러나 환율 자체의 수준을 생각해서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환율이 금융·외환 시장을 통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봐서 통화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며 환율 자체를 놓고 어떤 수준을 맞춘다는 식으로 통화정책을 하진 않는다.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상당히 있다고 말씀드리고, 정책을 유의하겠다.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로 2.5%에서 높게는 2.75%도 예상하고 있다. 기대 인플레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빅스텝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빅스텝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보나.
▶(박 부총재보) 지난번 총재님 말씀도 하셨는데, 시장에서 보는 기준금리의 연말 수준이, 지금 형성된 기준금리 기대가 저희가 볼 때는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가가 좀 더 오르고 있긴한데, 여전히 경기 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비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기 둔화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열어두고는 있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25bp씩 하는 게 아직은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물가가 많이 오르는데 혹시라도 필요하다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얼마든지 저희가 기대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렇지만 앞으로 필요하면 시장 변동성을 크게 하지 않으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얼마든지 기대를 조정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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