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가까이 닫힌 미지의 땅이었던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거듭나 우리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광복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었던 땅이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보이는 용산공원이 10일부터 19일까지 이뤄지는 시범 개방을 앞두고 7일 언론에 먼저 공개됐다. 이번 개방 대상은 대통령 집무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km(약 10만 m²) 구간이다. 매일 5차례 500명씩, 하루 2500명의 사전 예약한 방문객이 공원을 방문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서울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500m 떨어진 14번 출입구나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입구를 통해 공원에 입장하게 된다. 14번 출입구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출입구로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사령부 출입구로 쓰인 뒤 굳게 닫혀 있었지만 이번 개방으로 활짝 열린다.
14번 출입구로 들어서면 잿빛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방공 작전용 벙커로, 광복 이후엔 대한민국 육군본부로, 6·25전쟁 당시엔 북한군 시설로, 종전 이후엔 주한미군 시설로 쓰이는 등 역사의 굴곡을 대변하는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용산공원 개장 후엔 방문객 안내센터로 탈바꿈하게 된다.
공원에 들어서면 미국의 시골 마을 분위기가 펼쳐진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양쪽에 쭉 늘어선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미군 장군 숙소 단지가 나온다. 붉은 지붕에 벽돌로 지어진 단층의 단독 주택 단지들로 1950년대 유행했던 미국의 전원 건축 양식대로 지어졌다. 멀리 보이는 용산의 고층 빌딩들과 대비되며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장군 숙소에서 15분 정도를 더 걸어가면 주한 미군들이 쓰던 야구장 부지가 나온다. 야구장 부지 옆 전망대를 오르자 공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통령 집무실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시범 개방 기간 이곳에서 선착순으로 신청받아 집무실 앞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매시간 15분마다 4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인근 흰색 바람개비가 수백 개 설치된 ‘바람정원’ 뒤로 대통령실이 보여 관람객 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용산공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옛 ‘10군단로’(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10군단 이름을 딴 도로)를 10분 정도 따라가면 스포츠필드가 나온다. 미군 운동장이 있던 곳으로 1967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여자 농구 국가대표 훈련시설로 쓰이는 등 한국 대표단 훈련 시설로 활용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시범 개방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9월에 용산공원을 정식 개방한다. 올해 반환받은 부지 등 약 40만 m²다. 김복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부지 오염 우려가 있는데) 토양이 직접 인체에 닿는 부분을 최소화했고 오염이 심한 곳은 동선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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