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사흘째인 9일 레미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산업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에 이어 반도체 원료 운송을 중단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파업이 길어질 경우 한국 양대 핵심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레미콘 공장 가동 중단…조합원 36명 경찰 입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파업에는 오후 5시 기준 전체 화물연대 조합원의 약 37%인 8100여 명이 참여해 전날(6500명)보다 24.6% 늘었다. 경찰은 이날까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전국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36명을 입건하고 주류 출하 차량을 가로막은 혐의 등으로 화물연대 대전본부 소속 하이트진로 지부장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화해서 풀 것은 풀겠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시멘트 물류가 멈추며 레미콘업체인 삼표산업은 전국 17개 공장이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유진기업, 아주산업도 공장 상당수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10일엔 모든 공장이 멈출 것 같다”고 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방해 없이도 비조합원들이 부담을 느껴 대부분 차량 운행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7, 8일 매출 손실은 308억 원에 이른다.
파업으로 소주 출고가 지연되는 하이트진로는 GS25와 CU 등 편의점들이 직접 본사 화물 차량을 충북 청주와 경기 이천 등 공장으로 보내 제품 조달에 나섰다.
○ 핵심 산업 자동차와 반도체까지 ‘투쟁 대상’으로
9일 오후 LS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 등 울산지역 반도체 원료 업체 정문 앞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 30여 명이 20분가량 선전전을 펼쳤다. 반도체 세척에 반드시 필요한 고순도 황산(PVC)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산업계는 원료 운송이 막히면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 화물연대 내에서는 “정부가 계속 지금처럼 대처하면 원료 수송 집단 거부도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이틀째 가동 중단이 반복돼 8일 오후부터 이날 정오까지 피해액이 5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화물연대 조합원 200여 명이 한때 공장 앞에서 조합원 차량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로 이뤄진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화물연대의 단체행동이 생존권을 위협하고 신차 인도를 지연시키며 고객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 물류업계 “화물연대가 운임 추가 인상 요구”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화물연대 측은 최근 물류협회와 화물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등 화주와 운수사업자에게 운임을 16% 인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사업자가 시멘트 화물차주(26t급)에게 지급하는 안전위탁운임은 올해 4월 왕복 200km 기준 25만1300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가량 올랐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운임이 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운임 인상을 추가 요구한 것이다. 다만 화물연대 측은 “총파업 이후 화주 측과 만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화물연대와) 대화는 끊어진 적이 없다”며 “대화로 원만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후 국토부와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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