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 원팀’을 맡아 한 달을 쉼 없이 달려왔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는 등 위태로운 경제를 다잡기 위한 정책을 펼쳤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는 조만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상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10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외 대부분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2%대 중후반으로 점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날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7%로 0.3%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4.1%, 잠정치)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1%p를 넘어간다.
내년 GDP 성장률은 종전 예상치에서 0.2%p 내린 2.5%로 제시했다. 특히, 수출 상승률이 올해 9.2%에서 내년 4.1%로 꺾일 것으로 봤는데, 수출은 그간 우리 경제 회복세를 끌어온 동력이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불안,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OECD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시 희귀가스 재고 소진으로 반도체 생산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전망 기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성장률 전망치는 2.5%로 OECD보다 더 낮다. 이는 지난 4월 제시한 수치인데 이전 1월에 발표한 전망치에서 0.5%p나 대폭 깎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도 지난달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1%, 3.0%에서 2.8%, 2.7%로 0.3%p씩 낮춰 잡았다.
이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은이 지난 8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6% 성장했는데, 이는 속보치(0.7%)보다 0.1%p 적은 수준이다.
이런 전망들이 대부분 정부의 1차(16조9000억원), 2차(62조원) 추경 계획이 발표된 이후 나왔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통해 상반기에 풀리는 자금만 80조원에 달하고, 이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KDI는 59조 규모의 추경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0.4%p로 추산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해도 3%대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지속될 고물가 기조도 정부 입장에서는 난제다.
앞서 한은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추정하면 남은 5~12월 평균 상승률은 5%에 육박할 수도 있다. 만약 6%대까지 물가가 오르면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처음이다.
나아가 경기 침체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오는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해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할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는데, 이번에 2%대 후반으로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가상승률은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4%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경우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4%대 전망치를 내놓게 된다. 앞서 통계청은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4.3%로 예상했다.
앞서 추 부총리는 지속적인 잠재성장률 하락 우려에 대응해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의 과감한 정책기조 전환과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얼마 전 경제정책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과감한 정책기조 전환과 강도 높은 구조개혁 없이는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OECD 경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요소생산성(TFP) 향상에 결정적인 5대 부문 구조개혁과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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