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에서 이뤄진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전체 임대차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전세를 넘어섰는데 5월에도 전월대비 월세비중이 7.7%포인트(p) 늘며 두 달 연속 월세가 전세를 추월했다.
1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 34만9073건 중 월세거래는 20만1621건으로 전체 임대차계약의 57.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등기소와 주민센터에서 부여한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한 통계다.
올해 들어 월세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1월 전체 임대차거래 20만4216건 중 월세가 9만3851건으로 46%를 차지했는데 2월(48.8%)과 3월(49.5%)에 이어 4월에는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4월 전체 임대차거래 24만7966건 중 전세는 12만3787건, 월세는 12만4179건으로 월세 비중이 50.1%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자금 대출이 필요한 임차인들이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자가 월세보다 커지면서 월세 선호도가 높아졌는데 보유세 부담 등으로 월세를 받고자 하는 임대인과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새 임대차법에 따른 전월세 신고제가 지난해 6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그동안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오피스텔 등 준주택 신고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월세 거래가 점점 늘어나면서 가격도 상승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 서울의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02.3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중형(95.86m²)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된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올해 1월 100.0을 기준으로 ▲2월 100.8 ▲3월 101.2 ▲4월 101.8 ▲5월 102.3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5월 인천과 경기 아파트 월세지수도 각각 103.2, 103.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새 임대차법 시행 2년 차가 돌아오면서 하반기 임대차 시장 불안 가능성이 커지자 이달 중 전월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셋값은 ‘상저하고’ 경향을 띠기 때문에 지금은 안정적이라 해도 하반기에 수급 균형이 안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위해 전월세 매물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가 있어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월세 가격을 5% 이내로 조정하는 이른바 ‘착한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임대주택과 오피스텔 등의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는 현행 ‘5%’가 아닌 10% 이상으로 올려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최저상한선과 최고상한선을 두고, 이보다 낮게 계약하는 임대인에게는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계약갱신청구권은 현재 2+2년이라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는 입학 당시 이사를 했는데 3년이 되는 해 또 이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며 “3년으로 조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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