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시중은행에서 본인의 연봉보다 더 많은 한도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작년 말 정부가 도입한 신용대출 한도 규제가 예정대로 이달 말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7~12월)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억누르는 과정에서 은행권이 도입한 각종 대출 억제책이 올해 들어 대부분 해제되고 있는 추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연봉 이내로 제한한 신용대출 한도 규제가 다음달부터 풀릴 것으로 보고 준비에 나서고 있다. 규제가 풀리면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의 2, 3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가계부채가 폭증하자 정부가 총량관리에 나섰고,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8, 9월 경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묶었다. 지난해 12월엔 금융위원회가 한도 규정을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에 명시하고 효력 기한을 올해 6월 30일로 정했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에서 이 효력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대출 한도가 늘어나면 전세자금 마련에 상당 부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시행된 새 임대차 3법에 따라 한 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은 8월 이후 시세에 맞춰 크게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규제지역에서 시세 9억 원을 넘는 주택에 대해선 전세대출 자체가 금지돼있다.
올해 들어 은행들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계부채가 감소세로 돌아서자 지난해 말 쏟아낸 가계대출 억제책을 잇달아 풀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5000만 원으로 묶었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거나 상향 조정했다.
전세대출의 경우 은행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대출을 조였다. 하지만 올해 3월 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의 80%까지 늘리며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또 지난해 말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했으나 최근 들어 금리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은 “대출 규제를 완화해도 부실 우려가 높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7월 총대출 1억 원 이상 대출자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되면서 건전성 관리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지지부진해 대출을 풀어도 ‘빚투(빚내서 투자)’보단 실수요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섣불리 대출을 풀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들어 감소하던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4월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중 신용대출은 4월까지 감소하다가 지난달 6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대출 관련 규제가 사라지면 금리 상승기에 가계부채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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