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일제히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세계적인 고(高)물가·고유가 속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지 주목된다. 한국은행도 7, 8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2068.6원(오후 5시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간 집계를 시작한 2008년 4월 이후 최고치다. 휘발유 가격은 전날(11일) 이미 약 10년 만에 종전 최고치를 넘어섰지만 하루 만에 이를 다시 경신했다. 기존 최고치는 L당 2062.55원(2012년 4월 18일)이다.
미국 휘발유 가격도 역대 최고치였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약 3.79L)당 5달러를 넘은 뒤 12일 5.01달러(약 6413원)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환산하면 L당 1.32달러(약 1692원)다. JP모건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8월에 갤런당 6.2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물가 상승이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휘발유 가격은 전기요금과 운송료, 항공료는 물론 농산품과 비료 생산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물가 속에 유가가 더 오르자 미 연준이 14, 15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0일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휘발유값 폭등에 유류세 30% 인하 효과 못봐… 정부, 유가환급금 도입-탄력세율 인하 등 고심
휘발유-경유값 사상 최고
소비자 부담에도 대응책 마땅찮아 재원확보 어렵고 물가 자극 우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서고 국내 휘발유 가격도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으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류세율 조정 등 다른 카드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국내외 유가 상승세가 지속돼 소비자들의 유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대해 7월 말까지 유류세를 30% 인하하고 있다. 석유류 가격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으니 세금이라도 낮춰 물가 상승을 최대한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시행하다가 5월부터는 인하 폭을 30%로 늘렸다. 이에 유류세는 L당 247원, 경유는 174원 낮아졌다.
하지만 국제유가 급등세가 가팔라지면서 국내 기름값은 이미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할 만큼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2037.52원으로 1주 전보다 24.51원 올랐다. 올 3월 L당 2000원 선을 돌파했다가 4, 5월에 잠시 주춤했던 휘발유 가격은 6월 들어 다시 2000원 선을 넘었다. 12일 서울 지역 L당 평균 휘발유 가격도 2132.46원으로, 약 10년 만에 역대 최고가(2135.25원, 2012년 4월 16일) 경신이 임박했다.
경유 가격도 사상 최고로 뛰어올랐다. 오피넷에 따르면 12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2063.53원으로 일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올여름까지 국제유가가 계속 올라 국내 가격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여름은 전통적으로 미국 휴가철로, 휘발유 수요가 높아 수급이 불안정할 것”이라며 “가을에 접어들면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응책으로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해 인하 폭을 현행 30%에서 37%까지 확대하는 방안이나 유가환급금 도입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유류세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그 효과가 무의미할 정도로 뛰었다. 인하 폭을 37%까지 높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L당 57원 더 낮아진다. 하지만 6월 둘째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전보다 이미 101.75원 올랐다.
2008년 도입된 유가환급금 역시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고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유가환급금은 유가 급등으로 국민이 추가 부담한 교통비와 유류비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2008년에는 1280만 명에게 1인당 연간 최대 24만 원이 지급됐다. 정부는 올 4월 저소득층에 한해 이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민생안정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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