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 충격에 코스피가 연저점이 붕괴된 데 이어 2500선도 위협한 가운데 오는 3분기(7~9월) 내내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등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라고 권했다.
14일 증권 전문가들은 대체로 오는 3분기 내내 투자심리가 악화되며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수는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그 이후 향방은 9월을 분기점으로 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10일 2600선이 붕괴된 데 이어 전일 연저점(2546.80) 밑으로 내려앉았다. 지수가 254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20년 11월20일(2539.79) 이후 1년6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는 전일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2504대 까지 내려앉는 등 2500선도 위협했다. 지난 10일 국내 증시가 마감한 뒤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투자심리를 위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은 그동안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을 실시했음에도, 5월 CPI가 4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자 충격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증시 하락 원인에 대해 “시장에는 이번 5월 CPI를 확인한 뒤, 미국 인플레이션의 정점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이로 인해 경기 둔화 우려도 커졌을 것”이라며 “당분간 국내 증시 변동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극도의 공포심리로 놀라 주식을 급하게 매도하는 바람에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하는 ‘언더슈팅’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런 이유로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지만, 3분기에는 단기 급락하다가도 기술적으로 반등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새벽에 발표될 것으로 예정된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한 번에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 전망이 우세했다. 빅스텝도 인상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예상됐던 수준이란 점에서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번 CPI 발표로 빅스텝이 아닌 자이언트스텝이 시행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만약 자이언트스텝이 시행된다면 투자심리가 더 위축되면서 증시가 추가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본래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고려했을 때 빅스텝이 유력했지만 5월 CPI 지수를 보니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의 확률이 5대 5가 된 상황”이라며 “이달 FOMC가 아니어도 앞으로 자이언트스텝이 시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의 신뢰 문제와 실익 차원 등에서 이달에는 빅스텝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한 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 부장은 “이달 FOMC에서는 당초 예고한 바와 같이 빅스텝을 실시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자이언트스텝을 실시하면 (갑자기 자이언트스텝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연준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발생할 위험요인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파월 의장은 이번 미국의 물가 상승 요인이 통화정책보다 공급적인 측면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자이언트스텝을 실시했을 때 문제가 해결될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것 같다”며 “앞서 공급적인 요인에 대해 정책적으로 적극 조치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만큼 분기점을 9월 FOMC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원유와 휘발유 등 정제 상품 불안이 이달에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는 하반기로 지연될 것 같다. 시장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은 오는 9월까지 이어질 것 같다. 중요 분기점은 6월보다 9월 FOMC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금보유를 늘리는 등 보수적인 관점의 투자를 권했다. 변 연구위원은 “현금비중을 확대하는 등 급격한 경기둔화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한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시가총액 초대형 우량주와 인플레이션 수혜주, 경기 방어주, 2분기 호실적 기대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할 것”을 조언했다.
시간을 갖는 투자를 권했다. 노 팀장은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여부를 확인하는 등 시간이 필요하다”며 “순환적으로 반등하는 구간에서 효과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은 크게 하락한 업종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약 변동성 장세 속에서 방어적인 투자를 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어떤 업종이 최선일까. 현대차증권은 에너지와 상사, 운송 등을 꼽았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원가 부담 대비 이익개선 업종에 주목할 수 있다”며 “지난달 이후 주간단위 올해 매출총이익 컨센서스가 꾸준히 상향조정되는 업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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