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들어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기존 호가를 고집하는 집주인들과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수요자들의 눈치싸움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거래가 성사돼도 초급매물이거나 인기 없는 층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누적과 대출 규제 강화, 기준금리 인상 등이 더해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거래량도 급감했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로 매물이 쌓이고 있으나, 집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지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시세보다 수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가 하면, 또 다른 지역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성사되는 등 안갯속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단기간 내 급등했던 집값 오름세가 주춤하면서 ‘숨 고르기’ 양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시행한 한 달간 매물이 늘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088건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시행 직전인 지난달 9일(5만5509건) 대비 약 13.6% 증가했다. 25개 자치구별 매물 수 증가율을 보면 서울 강서구(18.1%·2785→3291건)가 가장 높았다. 이어 ▲마포구(17.3%·2082→2443건) ▲노원구(16.6%·4398→5130건) ▲중구(16.4%·661→771건) ▲동대문구(16.1%·2024→2351건)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거래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465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지난해 같은 기간(4901건)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거래가 뜸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하락하며 지난주와 같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한 달 전인 지난달 9일 보합 전환한 뒤 3주간 보합세를 유지하다, 30일부터 하락했다.
구별로 노원(-0.03%)·성북(-0.03%)·마포구(-0.02%) 등 강북 대다수 지역이 하락했다. 또 송파(-0.01%)·강서구(-0.02%) 등이 하락했다. 다만 용산구(0.02%)는 주요 단지와 일부 재건축 위주로, 서초구(0.03%)는 방배동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구와 강동구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부동산 시장에선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증가하더라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거래절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중론이다. 서울의 아파트 매수 심리가 5주째 위축됐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6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4로 올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7월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기준금리 인상 단행, 세금 부담 증가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눈치보기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올 때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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