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가경쟁력, 4단계 추락 27위…확장재정-연금고갈 위기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5일 14시 51분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올해 세계 27위로 전년보다 4단계 떨어졌다. 재정 풀기와 노동 경직성, 연금 고갈 위기, 기업의 효율성 등으로 국가경쟁력이 이전보다 더 낙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은 평가 대상 국가 63개국 가운데 27위로, 전년 대비 4단계 하락했다. 관련 평가가 시작된 1989년 이후 한국은 1999년(41위)에 최저 순위였다가 2011~2013년 22위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9~23위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다만, 이번 하락폭은 2016년(29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경쟁력 순위 역시 2019년(2018년 27위→2019년 28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이번 평가는 2022년 3~5월 간 세계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2021년 계량지표를 기반으로 도출됐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크게 후퇴한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크게 늘고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반면, 노동시장은 경직됐기 때문이다.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크게 △경제성과 △정부효율성 △기업효율성 △인프라 등 크게 4개 부분을 중심으로 그 하위 20개 부문별 순위 등을 종합한다.

(기획재정부 제공) © 뉴스1
(기획재정부 제공) © 뉴스1


경제성과 부문에서 국제무역(30위)과 물가(49위) 외에 국내 경제 순위는 5위에서 12위로, 국제 투자는 33위에서 30위, 고용 5위에서 6위로 후퇴했다.

특히 큰 정부를 지향하며 확장재정을 통한 소득 분배 정책을 펼쳤던 한국으로선 정부효율성 순위가 떨어진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정부효율성은 지난해 34위에서 36위로 떨어졌다. 세부 항목을 보면 재정 순위는 26위에서 32위로 6단계나 추락했다. 특히 ‘미래에 연금이 잘 적립되는 정도’ 순위는 35위에서 50위로 1년 만에 15단계 떨어졌다. GDP 대비 재정적자비중은 6위에서 9위로, 정부지출비중도 15위에서 18위로 하락했다.

IMD는 정부 정책이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평가했다. ‘정부정책의 경제변화 적응도’는 43위에서 46위로, ‘정부 정책 투명성’도 36위에서 38위로 하락했다.

시장 영역인 기업효율성도 이에 못지않게 순위가 후퇴됐다. 생산성과 노동시장 경영활동 등을 종합한 기업효율성은 지난해 27위에서 33위로 1년 만에 6단계 추락했다. 기업의 생산성은 31위에서 36위로, 노동시장은 37위에서 42위로 5단계 하락했다. 전년 대비 8단계 떨어져 38위를 기록한 경영활동에서 ‘기업의 기회와 위기에 신속한 대응정도’ 순위도 20위에서 35위로, 기업가정신 공유도는 35위에서 50위로 사실상 평가 국가 중 최하위권을 보였다.

이번 평가 결과는 윤석열 정부가 큰 틀의 경제정책방향, 더 나아가 국정기조 방향을 수립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앞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는 물론 기업이나 국민에게 거둬들인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한국의 범조세부담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은 것으로 고려하면 일부 그 부담률을 낮추고 재정 역시 더 큰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곳에 집중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지난해 3위였던 덴마크가 1위로 올라섰다.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싱가포르가 3위, 홍콩이 5위, 대만 7위를 기록해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미국은 지난해와 동일한 10위였다. 중국은 지난해 16위에서 17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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