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원 안팎의 미국 왕복 항공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2, 3배로 뛴 동남아행 티켓….
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비용을 계산해 보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각국의 입출국 빗장이 완화되고 있지만 제한된 항공편과 기름값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가는 대신 국내로 발길을 돌린 ‘U턴족’들을 잡기 위해 국내 호텔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로 꾸민 공간과 식음 프로모션, 이색 체험 상품들을 선보이고 나섰다.
○ ‘국내 U턴족’ 위해 해외 분위기 내는 호텔들
1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달 주말 기준 제주와 부산 소재 고급 호텔 숙박 예약률은 85∼95% 수준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여행객에게 인기가 많은 키즈 풀빌라 객실은 다음 달 거의 ‘풀 부킹’ 상태다. 7세 자녀를 둔 워킹맘 김모 씨(36)는 “입국 격리(7일)가 면제되는 미성년 자녀 연령(만 12세 미만)이 늘었지만 귀국 후 바로 등원시키기가 눈치 보여서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김 씨 같은 ‘국내 U턴족’들을 위해 특급 호텔들은 휴양섬 같은 분위기 연출에 공들이고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가 6∼8월 한정 패키지로 선보인 ‘북 유어 서머’는 평소보다 2배 가까운 예약률을 보이며 지난해 여름 패키지 총 예약건수를 넘어섰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야외 수영장과 잔디 광장에 야자수와 밀짚 파라솔, 라탄 소재의 선베드를 배치했다. 휴가 시즌인 ‘7말 8초’ 예약률이 95%에 달한다.
객실마다 ‘테라스 풀’을 운영 중인 AC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강남은 발리섬 리조트처럼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플로팅 트레이에 제공되는 식음료 패키지를 8월 말까지 운영한다. 롯데호텔 제주는 동남아 고급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풀빌라 스위트’에서 제주의 이국적인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스위트 모먼트’ 패키지를 9월 1일까지 선보인다.
숙박을 하지 않아도 이국적인 요리로 잠시 외국으로 떠나온 듯한 미식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수준급 셰프들이 각국의 전통과 문화가 담긴 요리들을 현지의 맛과 분위기까지 담아내 다채롭게 선보인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9월까지 호텔 15층 가든테라스에서 정통 멕시칸 요리와 주류를 선보이는 야외 라운지 바 ‘피카피카’를 운영한다. 멕시코 포시즌스 리조트 소속의 유명 여성 셰프를 초빙해 해산물을 이용한 세비체와 갈비, 곱창 등을 이용한 타코 등 차별화된 로컬 음식을 제공한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의 고메바에서는 미국 텍사스의 여행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텍스맥스 스태리 나잇’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등심 스테이크, 치킨 파히타, 새우가 포함된 파인애플 꼬치 등이 제공되고 양고기 스테이크, 랍스터 등 사이드 메뉴를 추가해 즐길 수 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미니풀과 DJ 부스가 있는 엔터테인먼트 펍 ‘킹스 베케이션’에서 지중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더 메디테라니안’ 프로모션을 운영한다.
○ “춤추며 물놀이” 3년 만에 돌아온 호텔 풀파티
친구나 연인과의 놀이 장소로 호텔을 선택하는 젊은 고객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이색 체험 상품도 잇따르고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야외 수영장에서 유명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과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비키니 풀 파티’를 다음 달 3년 만에 개최한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2년간 중단됐었다. 워커힐 측은 참석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탈의실, 샤워실, 선베드 등 모든 시설에 대해 소독과 방역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 달 뒤 ‘원더풀 파티’를 앞두고 있는 파라다이스시티는 풀 파티 입장권을 묶은 패키지 상품 문의가 다른 상품보다 두 배가량 높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한 장면처럼 물가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신라호텔의 ‘문라이트 시네마’도 피서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야외 온수풀에서 매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상영한다. 이달 말까지 야외 풀 입장을 오후 6∼10시로 한정한 가성비 상품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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