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만 했던 레미콘업계가 또 다시 공장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이번엔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들이 ‘운송비 27% 인상’ 등 협상 조건을 내걸고 쟁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하 운송노조)은 지난 15일 수도권 주요 레미콘 제조공장과 협의회 등 200여곳에 5차 교섭 요청을 보냈다. 22일까지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7월 1일부터 쟁의 행위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레미콘 믹서트럭은 1만여대로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이하 전운련) 소속 6000여명이 운송을 거부하면 레미콘 제조공장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레미콘업체들은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공급이 중단되면서 9일쯤부터 레미콘을 생산하지 못했는데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공장을 세울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운송노조는 Δ레미콘 운반비 회전당 5만6000원에서 7만1000원으로 27% 인상 Δ요소수 100% 지급(월 6만원 상당) Δ명절상여금 100만원 Δ근로시간 면제수당(타임오프제) 100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운송노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운송노조는 전운련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전운련은 지난해 12월 경기도에 특수고용직 노조로 신청해 인가를 받았다.
협상 방식도 그동안 이뤄졌던 제조사와 운수업자 간 개별 계약이 아닌 단체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운송료 인상 요구 폭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레미콘 공급 단가는 2017년 ㎥ 당 6만4200원에서 지난해 7만1000원으로 10.6% 올랐다. 반면 레미콘 운반비는 같은 기간 1회전당 4만2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33.3% 올랐다. 레미콘업체들은 올해 운반비 인상률을 5% 안팎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미콘 단가는 건설업계와 협상을 통해 지난 5월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6.9% 인상했지만, 운송비 인상 여력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시멘트(15~17%), 자갈(15%), 모래(10%), 경유(30~40%) 등 원재료와 유류비 인상으로 레미콘 제조 원가가 20% 가까이 올랐다는 것이다.
레미콘업계에선 유류비 급등으로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경유 가격 상승으로 득을 보고 있는 기사들이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믹서트럭 기사들은 레미콘업체로부터 회전수당과 거리수당을 받는다. 회전수당은 레미콘 제조공장과 건설현장을 1회 왕복시 받는 수당이고, 거리 수당은 레미콘업체가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유류비다.
레미콘업체들은 이동거리에 비례해 믹서트럭 기사들에게 유류비를 지급하는데 본래 연비보다 30% 가까이 높게 보전해주는 만큼 믹서트럭 기사들은 ‘유류잔여분’이라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경유 가격이 올라갈수록 믹서트럭 기사들에겐 이득이 되는 것이다.
업계는 믹서트럭 기사들이 개인사업자인 만큼 이들의 노동조합 인정 요구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레미콘업체들의 정년, 인사평가 등 취업규칙을 따르겠냐”며 “법적 지위만 누리고 의무는 따르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