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예대마진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고물가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이 가져가는 높은 이자를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을 반영한 조치다. 업계의 대출금리 인하와 예·적금 금리 상향 조정 흐름이 나타날 전망이다.
21일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첫 상견례부터 현재 높은 예대금리차 문제를 지적한 만큼, 은행들은 관련 내용 검토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주문대로 예대마진을 축소하려면 우대금리 등으로 수신금리를 높이고 대출 금리를 낮추면 된다”면서 “문제는 어떤 상품과 수요층을 대상으로 언제 얼마나 조정할 것인지 여부인데, 이는 업계의 의견 수렴과 조율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이나 요청이 나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적인 검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금리 인상 속도 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17개 은행장이 참석했다. 은행장들은 이 원장의 주요 발언을 스마트폰이나 수첩에 열심히 메모하면서 첫 상견례 날 역력히 긴장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은행장들을 향해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출 금리를 인상할 때 연체 우려 차주에 대해서는 은행이 저금리대출로 전환해주거나 금리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대출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 은행들은 서둘러 예대금리차 조정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은 7.2%를 넘어 연말 8%대를 향해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발맞춰 수신금리도 상향했지만 여신금리와의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은행의 가산금리 설계 등 이자율 산정 근거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급성장 중인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예대차 축소에 가세하고 나섰다. 규모가 큰 시중은행들보다 한발 빠르게 정치권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는 평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전날 은행장 간담회 직후 예·적금 금리를 최대 연 0.40%포인트(p) 인상했다. 케이뱅크는 이날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p 인하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현재도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예금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당국 주문대로)예대마친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며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라고 한다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인뱅 관계자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공개하는 게 실제 대출받는 개별 고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표일지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제조업 상품도 원가나 재료비 외에 인건비나 기타 여러 가지 비용이 들고 이를 고려해서 제품가격이 결정되는 것인데, 은행권에만 원가를 공개해 예금금리를 보고 대출금리 적정성을 따지겠다는 방식이 맞는 건지 싶다”고 토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