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과일과 채소에 자연추출물을 발라 보존기간을 늘리거나 기후변화로 감소하는 어획량에 대응해 세포 배양으로 수산물을 만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각광받고 있다.” (김소형 한국스탠퍼드센터장)
22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위한 한국 식음료 산업의 전략’을 주제로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제30회 동아모닝포럼’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푸드테크 연구개발(R&D) 등 최신 연구 트렌드와 식품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됐다.
식품 산업에 첨단 기술을 더한 푸드테크는 글로벌 공급 차질과 이상 기후 등으로 최근 초래된 급격한 인플레이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등장으로 푸드테크 주안점도 기술에서 환경, 사회적 가치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소형 센터장은 대체수산물 등 ‘실험실 제조 식품’의 다양화와 대중화로 미래 식량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고기 위주의 대체육 기술은 돼지고기, 닭고기, 수산물까지 확장됐고 개발 초기 1만2000달러였던 대체육 패티는 5달러면 살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수온 상승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해산물 푸드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필요한 분자를 원액에 첨가해 포도나 오크통 숙성 없이 만든 와인, 위스키 등 ‘분자 주류’의 품질도 기존 상품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보했다”고 전했다.
개인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식품 시장은 푸드테크의 새로운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리서치팀장은 “팬데믹 기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달고 자극적인 맛을 찾던 소비자들이 엔데믹으로 넘어오며 점차 건강한 요소를 고려하는 식습관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유럽에서 코로나블루에 대응해 환각성분을 뺀 대마 등 정신건강 기능식품이 인기를 끈 것처럼 국내에서도 수면이나 소화에 도움이 되는 멘털케어 식품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스탠퍼드대는 대소변 샘플링으로 장내 미생물과 개인별 건강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스마트변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국내 식품 업체들이 적극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현지화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해외 진출 3년 만에 한국, 싱가포르, 인도 등 4개국 150개 매장을 낸 ‘고피자’의 임재원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선 빠른 ‘확장’보다 균질한 품질을 지속할 수 있는 ‘관리’가 중요하다”며 “비전 AI로 토핑과 서비스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을 개발해 매장에 적용 중”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대체 단백질 식품의 경우 현지 문화와 기호에 맞는 맞춤형 공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도 제기됐다. 안병익 한국푸드테크협회장은 “대체육 등 새로운 식품 판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고 협동로봇 등의 안전, 위생평가 기준이 없어 많은 스타트업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축사에서 “새로운 식품소재 개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 R&D 투자를 늘리고 푸드테크 계약학과 등 전문인력 양성과 창업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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