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안을 마련 중인 기획재정부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인력과 복지혜택 축소’를 명시한 혁신 방향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공공기관 인력 조정 방침을 밝혀왔던 정부가 본격적으로 인력 감축을 위한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공공기관 개혁이 어려운 이유로 “주무부처, 강성노조, 정치권의 저항 때문”이라는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발표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개혁이 본격화되면 노조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방향’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민간과 경합하거나 유사·중복되는 업무를 전환해 조직과 인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6년 321개였던 전체 공공기관 숫자는 올해 350개로 29개 늘어났다. 인력은 11만6000명 늘어 전체 공공기관 임직원 수만 44만3000명이다. 그 사이 공공기관 부채는 84조 원 늘어 총 583조 원까지 불어났다.
이어 기재부는 “과다한 인력과 복리 후생은 재배치하거나 축소하겠다”고도 밝혔다. 방만 경영 사례로는 지침을 위반해 8년간 6700억 원의 인건비를 과다지급한 사례가 지적됐다. 정직 등 징계를 받았는데도 보수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또 내부 임원만이 사용하는 전용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하고, 복지비용으로 250만 원이 지급되는 등 공무원에 비해 과도한 교육비와 의료비 등도 지적됐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박진 KDI 교수의 발표문이 인용됐다. 박 교수는 지난 15일 ‘2022 국민공공정책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아 공공기관에 대해 “서비스 질은 훌륭한데 비용이 많이 들고 사업이 방만하다”며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인사구조나 경영평가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재부는 박 교수의 발표문 중에서도 특히 “공공기관 개혁이 어려운 것은 주무부처, 노조, 정치권의 저항 때문”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부처 공무원들이 퇴직 후 산하기관에서 일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공공기관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원하는 경영진은 높은 복리후생을 원하는 강성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정치권도 공공기관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기재부가 본격적인 개혁이 나설 경우 노조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적어도 다음달 초에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혁신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혁신안에는 기재부가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 관리권한을 각 부처로 대폭 이양하는 방안도 담길 전망이다. 기재부는 지침 마련에 집중하고, 엄격한 사후 평가를 통해 부처의 책임성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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