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안을 마련 중인 기획재정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인력과 복지혜택 축소’를 명시한 혁신 방향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에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방향’을 발표했다. 혁신 방향에는 민간과 경합하거나 유사·중복되는 업무를 전환해 조직과 인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과다한 인력과 복리 후생은 재배치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방만 경영의 예로 경영 관련 지침을 위반하며 8년간 6700억 원의 인건비를 과다 지급한 사례를 공개했다. 정직 등 징계를 받은 직원에게도 보수 전액을 지급했다는 문제점도 발견했다. 또 일부 공공기관은 내부 임원만이 사용하는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했고, 복지 비용으로 250만 원을 지급했다.
“8년간 인건비 6700억 과다지급 公기관도”
기재부, 公기관 혁신방향 보고
“징계 직원에 보수 전액 다 주기도 부처-노조-정치권 저항 탓 개혁 부진”
기재부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공공기관 혁신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혁신안에는 재무 상황이 악화된 기관을 집중 관리하고 비대해진 기능과 인력을 축소하는 방침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공공기관 혁신에 본격 착수한 것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기관 숫자와 인력이 급증하고 부채도 크게 불어났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 공공기관 숫자는 2016년 321개에서 올해 350개로 늘었고, 인력도 같은 기간 11만6000명(35.5%) 증가했다. 1인당 영업이익은 9억90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급감한 반면 부채는 499조4000억 원에서 583조 원으로 불어났다.
21일 국무회의에서는 방만 경영 사례도 다수 거론됐다.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데도 이를 피해 과도한 사내 대출을 계속해 온 사례가 공개됐다. 또 비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특정 회사의 주식을 매입한 사례도 지적됐다.
기재부는 방만 경영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개혁이 어려운 이유로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발표문을 인용했다. 박 교수는 15일 ‘2022 국민공공정책포럼’에서 “개혁이 어려운 것은 주무부처, 강성노조, 정치권의 저항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처 공무원들이 퇴직 후 산하기관 일자리를 위해 기관을 견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경영진은 높은 복지 혜택을 원하는 강성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고, 민원에 직결된 정치권도 쉽게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을 조정해 ‘일하는 조직’으로 만들고 인력과 복지 혜택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기재부에 집중된 공공기관 관리 권한을 각 부처로 대폭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는 “국무회의 토론 내용을 반영하고 공공기관 혁신 태스크포스(TF),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