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한 지점에서 비정상적인 규모의 외환거래가 이뤄진 정황이 발견돼 금융당국이 검사를 시작했다. 통상적인 거래 규모보다 훨씬 큰 8000억 원가량이 1년간 수입 대금 명목으로 오갔는데, 이 중 일부는 가상자산 거래 등 자금 세탁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서울에 있는 우리은행 지점 한 곳에 대한 현장 수시검사에 23일 착수했다. 우리은행이 내부 감사를 통해 해당 지점에서 복수의 기업이 최근 1년간 8000억 원가량의 외환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한 데 따른 조치다. 이는 최근 발생한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과는 별개로 이뤄지는 검사다.
우리은행은 해당 지점에서 평소 다루던 규모보다 훨씬 큰 외환거래가 이뤄진 점이 수상하다고 여겼다. 또 거래를 한 법인들의 규모를 고려할 때 해외로 송금된 금액이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송금액의 일부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이 해외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나 자금 세탁 등에 해당 자금이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증빙서류 확인이나 의심거래보고(STR) 절차 등을 제대로 준수했는지와 함께 자금의 출처 등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증빙서류 확인이나 의심거래보고 등 과정은 적법하게 처리된 것으로 파악돼 현재까지 은행 직원의 불법 행위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검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