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화 약세’로 인한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이어지는 원화약세는 빠른 개선이 어렵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더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3760억600만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올 한 해 순매도한 주식 18조9914억2500만원의 28.3%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팔아치운 것이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9.8% 하락했고, 올해 들어서는 18.7% 내렸다. 지수가 급락하며 2020년 11월2일(종가 2300.16) 이후 1년7개월여만에 최저치를 찍은 23일(2314.32)과 비교하면 각각 13.8%, 22.3% 하락한 수준이다.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새로운 건 아니다. 외국인들은 2020년 이후 3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이 기간 65조8760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2018년부터 5년째 매도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재료가 없다는 점이 국내 증시를 더 악화시킬 거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연초 이후 1200원대 수준이던 달러·원 환율은 최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300원대를 한때 돌파하는 등 원화 약세 현상이 돋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301.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300원대 종가를 기록한 건 2009년 7월13일 1315원을 찍은 이후 12년1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통상 원화가 약세일 경우 외국인들의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주식을 파는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20일 50%를 하회한 이후 전날 기준으로도 49.69%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4월 이후 약 6년 만에 50%를 하회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도 계속해서 외국인들의 셀코리아를 이어지게 하고 있다. 미국의 높은 물가 및 긴축적 통화정책 영향으로 달러·원 환율은 고공행진 중이며, 대외수요 의존도가 높은 한국 펀더멘털에 대한 비관론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국내 무역적자 흐름이 지속된다는 점도 달러·원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7월13일, 미 연준은 7월26~27일 금리결정회의를 개최할 예정인데,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75bp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7월에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불가피하다”며 “외국계 자금 유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 경기침체라는 악재 속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실제 일어난다면 한국 수출이 둔화되고 기업실적 하향조정이 나타날 텐데, 이를 확인해야 주식시장이 경기침체를 온전히 반영했다고 판단하고 이후 추세적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경기침체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미국의 소매판매, 한국 수출 등 실물지표가 견조한 가운데 물가의 하향안정을 몇 달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긴축 강도가 연말로 갈수록 완화되겠으나 미국 경기침체 우려는 보다 확산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안전자산 수요 측면에서 미 달러화 강세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내외금리차 역전 상황에서 이어지는 대외 신용 리스크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을 자극할 가능성 높다”며 “국내외 펀더멘털이나 수급 측면 등을 고려할 때 달러·원 환율의 상승 추세는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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