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돈에 기술과 과학을 더해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을 한국의 ‘빌&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55)은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네이버 공동 창업자인 김 이사장은 2012년부터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운영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0조 원의 재산 중 절반을 기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을 세운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은 지난달 말 김 이사장에게 재단 이사장 자리를 넘겼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였던 빌 게이츠가 세운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은 질병·빈곤 퇴치에 교육, 정보기술(IT) 등을 접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 이사장과 김 전 의장은 절대빈곤을 벗어난 한국 상황에 맞는 새로운 기부 방식을 찾기 위해 이 재단을 참고 모델로 삼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한국은 이제 연간 복지 예산이 200조 원에 이르는 나라”라며 “빈곤층을 위해 퍼주는 방식의 기부도 여전히 의미가 있지만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기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과거엔 거액의 대학 장학금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업하는 것처럼 효율적인 기부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김 이사장은 “IT 전문가인 김 전 의장도 중대한 사회 문제를 IT나 과학 기술로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무보수로 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 이사장은 최근 대학 교수, 과학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나 재단 사업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고민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과학 전문기관과 손잡고 사회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대형 공모전을 열어 프로젝트를 선정한 뒤 상금 1억5000만 원 등을 장기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의료 분야 연구진과 함께 10∼20년 장기 과제로 장애인의 조기 노화 연구를 진행하는 일도 협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고 장애인 복지 제도의 틀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자체적으로도 박사급 인력을 중심으로 기술, 과학 관련 사업을 연구하는 조직을 꾸리고 있다.
김 이사장은 “김 전 의장도 은퇴 이후 합류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내가 새로운 기부의 틀을 만들고 있다”며 “일반적인 사회공헌을 포함해 수십억, 수백억 원 단위의 사업을 먼저 진행하면서 장기적으로는 1조 원 이상도 투입할 수 있는 대형 사업을 발굴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카카오 의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현역’인 김 전 의장이 일찌감치 재산 절반을 기부하기로 한 데 대해 “김 전 의장이 5년 전부터 ‘이건 내 돈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김 이사장은 전했다. 그는 “물려받지 않고 직접 부를 일궜고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는 1세대 IT 창업자 가운데 각자의 방식으로 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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