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된 첫 최저임금으로, 올해(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금액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6.1%), 박근혜 정부(7.2%), 문재인 정부(16.4%)가 임기 첫 해 결정한 최저임금 인상률 중 가장 낮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액을 이같이 의결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을 8월 5일까지 고시한다.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1만80원(10.0%·이하 인상률)과 9330원(1.9%)을 최종적으로 제시했다. 공익위원들은 심의 촉진 구간을 9410(2.7%)~9860원(7.6%)으로 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다시 수정안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노사가 수정안을 내지 않고 버티자 결국 공익위원들이 5% 인상안을 제시한 뒤 표결에 부쳤다.
공익위원들은 인상률 5%에 대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올해 경제 지표 전망치의 평균을 활용해서 산출했다고 밝혔다. 즉, 경제 성장률(2.7%)에 소비자물가 상승률(4.5%)을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2.2%)을 뺀 수치라는 것이다. 지난해 심의 때도 공익위원들은 같은 산식을 이용해 인상률을 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 안에 항의하며 표결 전 퇴장했다. 사용자위원들은 기권을 선언하고 자리를 떠났다. 결국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근로자위원 5명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명으로 가결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당초 노동계와 경영계는 23일 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890원(18.9%), 9160원(동결)을 제출했다. 이후 28일 1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1만340원, 경영계 9260원을 냈다. 8차 회의에서 양측이 두 차례 더 수정안을 주고받았지만 결국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고 표결에 부치면서 이번에도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됐다.
최저임금 결정 직후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모두 불만이 나왔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노총 부위원장은 퇴장 직후 기자들과 만나 “5% 인상안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계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5% 인상안은 감당하기 어려워 표결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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