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한전과 코레일, LH 등 재무 상태가 엉망인 14개 공기업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하면서 공공 부문 개혁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
이어서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방안을 과제별로 구체화해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단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하순 공공기관 효율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당 안은 기관의 불필요 기능이나 과다한 인력·복리후생 문제 등에 관한 개선안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공기관 복리후생에 관해서는 그간 문제 제기가 많았던 점을 고려해 운영 실태를 전반적으로 조사한 이후에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그 뒤로 8월 초쯤에는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공공기관 관리 책임은 기재부에 집중된 측면이 있는데, 이를 주무부처로 이양해 공공기관의 자율·책임 경영 체계를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즉, 기관 경영의 자율성을 확대하되 책임성도 함께 강화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는 법률이나 시행령 개정이 필요할 수 있는 사안이다.
당초 정부는 전반적인 공공기관 혁신 방향을 이달 초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미 새 정부가 계획한 공공 개혁의 방향성이 널리 알려진 터라 이를 따로 발표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공공기관 쇄신을 위한 각 과제 단위로 구체화 작업을 거쳐서 국민 앞에 내놓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국무회의에 보고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방향이 언론에 많이 보도됐기 때문에 이를 다시 발표하기보단 7월 중하순과 8월 초에 각 과제별로 구체화된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며 “지금은 좀 더 구체화된 작업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청사와 보유자산에 대한 전수 조사에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규모에 비해 청사가 과도한 수준은 아닌지, 토지·건물 등 자산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파악해 혁신안을 만들기 위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부채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력은 크게 늘었다”며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히 하고 방만하게 운영된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과하게 넓은 사무공간은 축소하고 지나친 호화 청사도 매각 또는 임대해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새 정부의 공공 개혁은 이전 정부보다 경영 효율성, 즉 ‘재무 성과’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전날 기재부는 공공기관 가운데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한 재무위험기관 14곳을 선정하고 향후 밀착 관리를 예고했다. 여기에는 한전과 발전5사, LH, 코레일을 비롯해 자산과 부채 규모가 모두 큰 소위 ‘공룡’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한전의 경우, 최근 고유가·에너지믹스 변화에 따라 작년에만 5조9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은 신규 발전소 건설과 신재생 에너지 투자 여파로 인해 부채비율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LH는 부동산 경기 호황에 편승해 당기순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대규모 사업 추진에 따른 부채 증가로 인해 금리 인상 등 향후 여건 변화에 취약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코레일은 코로나19 기간 매출이 감소한 데다가 고속철도 외 나머지 사업에서 손실이 계속되면서 부채비율이 꾸준히 오르는 실정이다.
기재부는 이들 재무위험기관의 수익성을 높임과 동시에 비용구조를 분석해 지출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무 상태가 심하게 나쁜 기관은 보다 적극적인 부채 감축을 목표로 사업 구조조정까지 병행하기로 했다.
특히 재무위험기관들은 이번 선정에 따라 다음 달 말까지 ‘재정 건전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재부는 해당 계획에 비핵심자산 매각, 인력 운용 효율화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일단 기관별로 자체안을 제출받은 이후 세부 조정을 거쳐서 확정할 계획이다.
댓글 0